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8-07 17: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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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개봉한 영화 더문의 흥행이 부진하며 '영화 명가 CJ'의 명성에도 금이가고 있다. 더문은 CJENM이 투자·배급하는 영화로 CJENM의 산하스튜디오인 블라드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36만944명’. 영화 ‘더 문’이 2일 개봉한 뒤 첫 주말까지 기록한 흥행 성적이다.
1년 사이 CJENM이 투자·배급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부진하며 ‘영화 명가’ CJENM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구창근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로서도 영화 사업의 부진에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7일 더 문의 흥행부진은 비슷한 시기 개봉한 한국영화들과 비교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문과 같은 날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6일까지 관객 70만 명을, 지난달 26일 개봉한 밀수는 개봉 첫 주말(7월30일)까지 관객 172만 명을 모으며 6일 기준 누적관객 353만 명으로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관객 추이를 유지한다면 더문은 손익분기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업계는 해외선판매 등을 고려해 더문의 손익분기점을 관객 500만~600만 명 사이로 보고 있다.
더문의 부진으로 CJENM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더문은 CJENM의 산하 제작사인 블라드스튜디오가 제작해 CJENM이 배급하는 작품이다.
CJENM은 투자·배급한 영화들의 흥행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들어 흥행성적은 더욱 떨어져 관객 수 1백만 명을 넘는 작품조차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개봉작의 관객 수를 살펴보면 ‘유령’ 66만4천 명, ‘카운트’ 39만7천 명에 그치고 있다.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투자·배급한 영화 가운데 최근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개봉한 ‘공조2:인터내셔날’과 ‘영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나마도 영웅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흥행성적은 영화 투자·배급 사업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통상 전체티켓 매출에서 영화발전기금·상영관·배급사의 몫을 나누고 제작비용을 빼면 순제작수익이 남는데 이를 투자사와 제작사가 6:4의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영화에서 배급사의 몫은 티켓 매출의 약 4.4%이다.
2010년대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광해, 해운대, 기생충 등의 ‘천만영화’를 투자·배급했던 CJENM의 이력과 비교해보면 현재 흥행성적은 CJENM의 큰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 구창근 CJENM 엔테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로서도 영화 더분의 흥행부진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0일 펴낸 보고서에서 “CJENM의 영화드라마 부문은 올해 2분기 개봉작의 부재로 영화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피프스시즌이 작품 3편을 공급하며 영업손실 폭을 줄일 것이다”고 봤다.
CJENM의 영화공연 사업은 2022년 매출 3614억 원, 영업손실 66억 원으로 CJENM의 각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적자를 냈다. CJENM은 올해 조직개편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부문을 통합해 영화드라마사업 부문으로 실적을 집계하는데 1분기 영업손실으로 406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CJENM은 올해 △천박사퇴마연구소:설경의비밀 △탈출:프로젝트사일런스 △2시의데이트 △소년들 △도그데이즈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해당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10월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로 발탁된 구 대표로서도 영화사업 부진이 장기화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매출 규모로 따지자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CJ그룹의 콘텐츠 사업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만나 1995년 합작회사 드림웍스를 세웠다. 그렇게 영화를 시작으로 미디어산업에 진출한 CJ그룹은 오늘날의 K콘텐츠 대표기업으로 우뚝섰다.
구 대표는 지난달 26일 하반기 타운홀미팅에서 중기비전 ‘글로벌IP파워하우스’를 직원들에게 공유하며 콘텐츠 경쟁력 제고 및 콘텐츠 유통구조 다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제작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효과적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며 "핵심 역량에 집중하다 보면 실적과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CJEN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애서 "올해 상반기 타운홀미팅에서 나왔던 글로벌IP파워하우스의 세부적인 추진 전략이 제시됐다"며 "광고시장에만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IP를 활용한 수익창출이 중요해진 배경에서 나온 비전이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대표이사 부임 이후 9개 본부에서 5개 본부로의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 등의 경영 효율화 작업을 추진했지만 CJENM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디어플랫폼 부문과 영화드라마 부문의 반등이 늦어지며 1분기에 이은 연속 영업손실을 예상한다”며 “CJENM의 올해 상반기는 광고사업 부진,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의 콘텐츠 공급 약세, 상각비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티빙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JENM은 최악의 상황을 지나온 것은 맞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계열사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현실적인 반등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실적증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재희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후 CJ그룹은 합작회사 '드림웍스'를 세우면서 미디어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 C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