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2021년 매출 기준으로 세계 상위 20위 안에 드는 한국 기업은 3곳 뿐이고 그마저도 10위권 안에는 한 곳도 없다.

세계 반도체 패키징 매출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6%에 불과하다. 대만의 ASE가 전체의 30%, 미국의 앰코가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이 시장에서 한국의 설 자리는 상당히 좁아보인다. 

최근에는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원래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매출 기준 10위 권 내에 6곳을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등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중국의 팹리스 기업들도 반도체 패키징에 관심을 보이며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일까? 

그렇게만은 볼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순위는 낮다고 하더라도 패키징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여러 패키징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두 곳만 소개하자면 하나마이크론, 그리고 네패스를 꼽을 수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국내에서 매출 기준 반도체 패키징 분야 1위 업체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이 이슈가 되면서 국내 반도체 패키징 회사들의 주가도 상당히 상승했는데, 이 주가 상승 랠리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것이 바로 하나마이크론이다. 소위 투자자들이 말하는 ‘패키징 대장주’라고 볼 수 있다.

하나마이크론 주가는 지난해 9월에 52주 신저가인 8800원을 기록했고, 올해 3월까지만 해도 1만 원 초반 대에서 주가가 형성돼있었지만 올해 3월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7월21일 장중 52주 신고가인 2만3500원을 기록했다. 52주 신저가 기준으로 2.5배가 넘게 상승한 셈이다.

하나마이크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후공정 ‘풀 턴키’ 수주가 가능한 업체라는 것이다.

하나마이크론이 턴키 수주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더해 반도체 테스트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나 삼성전자같은 대형 파운드리 기업을 제쳐놓고 봤을 때,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더해 테스트 기술 및 장비까지 보유하고 있는 후공정 전문 기업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그리 많지 않다. 

하나마이크론은 첨단 패키지 공정 기술 투자에 굉장한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하나마이크론은 SiP(System in Package), TSV(Through Silicon Via), FO-WLP, eWLP 등 최첨단 패키지 공정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관련 기술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네패스가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 반도체’ 패키징 기술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미래 사회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고, 이 기술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공지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패스는 올해 4월 인공지능 반도체에 적용하는 3D 패키징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네패스의 3D 패키징 기술은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칩과 메모리 칩을 3차원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네패스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은 최대 10배, 전력 효율은 최대 50%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은 FO-WLP(팬아웃-웨이퍼 레벨 패키지)를 이용한 기술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FO-WLP는 세계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TSMC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로 미래 첨단 패키징 기술을 이끌어 갈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FO-WLP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네패스는 마이크로프랜드, 켐이,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서울테크노파크, 재료연구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덕산하이메탈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의 리더를 맡아 FO-WLP 기술을 개발해왔다. 

다만 네패스는 실적 측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투자측면에서 살펴보면, 적자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정할 수가 없어 주가의 저점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드시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하나마이크론과 네패스 이외에도 국내에 경쟁력 있는 반도체 패키징 회사들은 상당히 많다. SFA반도체, 엘비세미콘, 두산테스나 등등 조금만 살펴보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회사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런 회사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뻗어나가서, 더 이상 한국이 ‘반도체 후공정 불모지’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