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제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가 비폭력과 다양성 등 ‘사회적 가치’를 담은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과거 내놓았던 여러 드라마 콘텐츠들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만큼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지를 놓고 시선이 쏠린다.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 가치’ 제시, 김제현 폭력과 차별없는 드라마 꿈꾼다

▲ 김제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가 ‘사회적 가치’를 담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


2일 콘텐츠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스튜디오드래곤이 드라마제작사 가운데 처음으로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K드라마 선도기업으로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포용성과 형평성, 다양성 등 가치를 담아 미디어 분야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펼칠 계획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김제현 대표는 전날 발표한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사말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말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의미는 과거 스튜디오드래곤이 내놓은 드라마들을 보면 알 수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85편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이 가운데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는 드라마가 13편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드라마 11편이 TV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1위를 차지했는데 그 가운데 6편이 사회적 가치를 담은 드라마였다.

일례로 2022년 tvN에서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는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는 주제로 미성년자의 혼전 임신, 우울증 환자의 양육권 논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을 다뤘다.

사회적 소수자를 다룬 드라마로는 2021년 tvN에서 방영된 ‘마인’도 있다.

마인은 국내 드라마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았던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워 성 정체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깨뜨리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콘텐츠가 가진 힘’을 제대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더 글로리’와 ‘소년심판’이 꼽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소년범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뤘다.

소년심판은 촉법소년 연령과 소년법에 대한 문제를 사회에 던지며 관련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2월25일 소년심판이 공개된 이후 소년법 개정 움직임이 시작됐다.

법무부는 2022년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만들었고 같은해 10월26일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 가치’ 제시, 김제현 폭력과 차별없는 드라마 꿈꾼다

▲ ‘더 글로리’가 공개된 이후 태국에서는 ‘학폭 미투운동’이 확산됐고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가 기관이 설립됐다. 더 글로리 파트2 포스터.


소년심판이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데 기여했다면 더 글로리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끄집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학교폭력’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더 글로리가 공개된 이후 태국에서는 ‘학폭 미투운동’이 확산됐고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가 기관이 설립됐다.

정순신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당일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이 공개되면서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는 등 국내외에서 학교폭력과 관련해 파장이 일었다.

콘텐츠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는 드라마에 사회적 가치를 다룬 이야기가 더욱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이야기를 만들고 전 세계인이 그 가치를 느끼며 감동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의 행보는 다른 드라마 제작사들과 비교해볼 때 주목할만 하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JTBC에서 방영중인 ‘킹더랜드’가 대표적이다. 킹더랜드는 콘텐트리중앙 산하 SLL스튜디오가 제작했다. 킹더랜드는 7화에서 아랍 왕자를 희화화하며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킹더랜드에서 아랍 왕자는 여성들과 함께 술을 즐기고 처음 본 여자주인공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에피소드에 대해 아랍인들은 자신들 문화에 대한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수많은 댓글을 달았고 제작사는 JTBC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올렸다.

콘텐츠에 더 많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전 세계인이 그 가치를 느끼며 감동을 공유하게 하겠다’는 목표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체 넷플릭스와 3년짜리 공급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재계약을 논의해왔고 올해 초 재계약을 완료했다.

이를 놓고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구체적인 계약기간이나 세부조건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기존 계약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마무리지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는 드라마를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소년심판’과 ‘더 글로리’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이다.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공식 순위인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3일까지 2주 동안 TV 비영어부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더 글로리는 올해 3월 파트2 공개 당시 3월6일부터 3월19일까지 2주 동안 넷플릭스 전체 콘텐츠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회적 가치를 담은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담은 드라마들을 제작하는 데 집중하고 힘을 쏟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