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명 피해 내는 ‘뇌 먹는 아메바’, 기후변화에 북쪽으로 서식지 확대

▲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의 모습. <미국 질별통제예방센터(CDC)>

[비즈니스포스트] ‘뇌 먹는 아메바(Brain-eating amoeba)’로 미국에서 잇따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뇌 먹는 아메바의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감염에 따른 피해도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3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의 어떤 따뜻한 담수에도 뇌 먹는 아메바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7월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두 살 아이가, 아이오와주에서는 성인 여성이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뇌 먹는 아메바 감염에 따른 피해는 2012~2021년 사이에는 31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사례였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점 피해 발생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분석 결과를 보면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사례는 주로 플로리다주, 텍사스 주 등 미국 남부에서 보고됐지만 2010년 이후에는 미네소타주 캔자스주, 인디애나주 등 북쪽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뇌 먹는 아메바는 주로 담수에 서식한다. 서식할 수 있는 수온은 섭씨 25도에서 섭씨 46도 사이이며 특히 섭씨 30도 이상 따뜻한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고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전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는 등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호수, 강 등 수온이 올라가면서 뇌 먹는 아메바에 따른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클리블랜트 클리닉는 “뇌 먹는 아메바 피해는 주로 여름에 남부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들어 극심한 더위가 발생한 북쪽에서 발생했다”며 “감염 발생 지역의 기후변화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021년에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 인명 피해 내는 ‘뇌 먹는 아메바’, 기후변화에 북쪽으로 서식지 확대

▲ 미국에서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사례가 발생한 지역을 시기별로 나타낸 지도. <미국 질별통제예방센터(CDC)>

뇌 먹는 아메바의 정식 명칭은 ‘파울러자유아메바(네글레리아 파울러리, Naegleria fowleri)’다. 1965년 호주에서 인간의 병원체로 처음 보고됐으며 발견자인 말콤 파울러의 이름을 땄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전 세계의 호수, 강 등에 서식하면서 수영하는 사람의 코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네티 팟(neti pot)’ 사용 등 부비동(코 안쪽에 존재하는 공간)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물을 써서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사람 사이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인체 안으로 들어오면 뇌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번식하고 사람의 뇌 조직을 파괴해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을 일으킨다.

감염된 사람에게는 이르면 24시간 뒤, 통상적으로는 5~8일 뒤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등 증세가 시작되고 이후 뇌수막염의 주요 증상인 목 경직을 비롯해 복시(사물이 여러 개로 보임), 발작, 의식 상실 등까지 발생한다.

감염자 대부분은 증상이 발생한 뒤 일주일 이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에 따른 뇌수막염의 사례 자체가 드문데다 증상 발생 뒤 사망까지 진행 속도도 빨라 진단 역시 쉽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1962년에서 2020년 사이 발생한 뇌 먹는 아메바 감염자 151명 가운데 생존자는 4명에 불과하다.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을 피하는 방법을 놓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따듯한 담수에 뛰어드는 것을 피하고 물에 들어가더라도 최대한 머리를 물 위로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사례가 2022년 12월에 처음 확인됐다. 감염자는 태국에서 머물다 귀국한 50대 남성으로 증상 발생 열흘 뒤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은 당시 국내 파울러자유아메바 분포 상황을 놓고 “국내 존재 가능성에 2017년 전국 상수원 조사 결과 52개 지점 가운데 6개 지점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