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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덕혜옹주' 스틸이미지. |
8월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광복절 사흘 연휴가 이어지는 주말에도 대작들을 중심으로 여름철 성수기 막판 특수를 노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터널’이 실시간 예매율에서 36.5%로 1위에 올랐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하정우씨가 원맨쇼를 펼치는 재난영화다.
일상에 우연히 찾아든 재난에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다뤘지만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는 사회비판 메시지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개봉 3일 만인 12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과시했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가 22.4%의 예매율로 2위를 차지했다. 손예진 박해일씨가 출연했으며 고종의 막내딸 덕혜옹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영화다. 개봉 9일 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허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으로 세련된 영상미와 디테일한 정서를 다루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소품 위주의 전작들에 비하면 덕혜옹주는 개인의 비극적 운명에 초점을 맞추지만 스케일이 장대하다.
허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시대극에서도 저력이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한국인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일제강점기를 다뤄 광복절 연휴기간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예매율 3위를 지키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은 평점 테러를 극복하고 5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뒷심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 외적 논란 속에 170억 제작비는 충분히 건졌다. 50~60대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은 때문이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에 부정적 평가가 많아 젊은층 관객들의 눈높이는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부산행’만큼 뜨거웠던 영화도 없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물론이고 외화 ‘겨울왕국’의 기록도 뛰어넘었다. 하지만 예매율은 5%대에 머물고 스크린 수도 급격히 줄어 광복절 연휴 막판 관객몰이가 끝나면 곧 스크린에서 이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름 ‘암살’과 ‘베테랑’의 1천만 영화 2편이 나온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영화 대작 4편이 각각의 강점을 내세워 나름 선전을 펼친 셈이다.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외화들이 각축전을 펼쳤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기대를 받았던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복귀작 제이슨 본은 200만 명을 겨우 넘겼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누적 167만 명 정도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대작영화에 지친 관객들이라면 광복절 연휴 극장가에서 다양성영화를 찾아볼 만하다.
대작들의 스크린 점령에 밀려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다양성영화 가운데 일본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선전이 눈에 띈다. 7월27일 개봉해 3주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예술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장기상영 채비를 갖췄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힘입은 바 크다.
‘나의 산티아고’도 입소문을 타고 조용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14일 개봉해 7만 명 넘는 관객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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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디 앨런 감독. |
독일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실화 소재의 영화인데 800km, 40일간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순례자의 도시 산티아고에 이르는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디 앨런의 감독의 신작 블랙코미디 ‘이레셔널맨 ’과 재개봉작 ‘바그다드카페’도 추천할 만하다.
이레셔널맨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철학교수가 불의를 저지른 판사를 살해하면서 새로운 의욕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우디 앨런식 지적 유머와 반전이 여전하면서도 도덕적 살인이 가능한가라는 진지한 화두를 던진다.
바그다드카페는 23년 전 개봉작을 디렉터스 컷으로 다시 선보인 것이다.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늘어지듯 이어지는 제베타 스틸의 ‘Calling You’를 듣는 것만으로도 푯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다만 두 영화는 상영관과 상영시간이 많지 않아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