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대중 반도체 추가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고위 관료 사이에서 중국의 구형(레거시) 반도체까지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형 반도체가 전기차(EV)나 군수용품 등 첨단산업과 안보산업에 두루 쓰인다는 점이 미국 정부의 우려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구형 반도체 산업에 추가 규제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형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28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상 공정을 뜻한다. 전기차, 스마트폰, 군사장비 등 핵심 산업과 안보분야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부품이다.
중국이 구형 반도체 공정에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미국은 핵심 산업과 안보에 쓰이는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에 장악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미국 기업연구소(AEI)에서 열린 토론에서 “중국 당국이 구형 반도체 투자에 들이는 막대한 양의 보조금은 미국에 문제가 된다”며 “미국이 동맹들과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부터 바이든 현 정부까지 중국의 미세공정 반도체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이 중국으로 반입되는 것을 규제해 왔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는 미국의 규제로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에 대한 수주와 생산을 사실상 중단하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이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형 반도체에 미국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면서 미국은 중국의 구형 반도체 공급망 장악을 방지하고자 추가 규제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를 인용해 2026년까지 중국에 신설되는 8인치(20㎜)와 12인치(30㎜) 웨이퍼 생산공장(팹)은 모두 26곳으로 미주지역에 신설되는 16곳의 팹보다 10곳이 많다고 보도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원판으로 8인치 웨이퍼는 상대적으로 지름이 작아 구형으로 분류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아직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서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