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 건설에 노조 반발, 임금협상 변수로 떠올라

▲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스텔란티스와 삼성SDI의 신규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에 반발하며 임금 협상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 조합원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미국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발표하면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더욱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가 이들의 배터리공장 투자에 반발하며 파업 등 강경한 조치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스텔란티스의 배터리공장 건설 발표가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노사 간 긴장감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는 스텔란티스와 GM, 포드를 대상으로 4년 만에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미국의 물가 상승과 전기차 활성화 정책 등에 대응해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내연기관차 산업 근로자들의 고용승계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았다.

이들은 미국 3대 자동차기업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에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규모 파업 등 단체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24일 발표한 미국 내 2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계획은 자연히 전미자동차노조의 집중포화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CNN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일반적으로 빅3 자동차기업 가운데 한 곳을 본보기로 삼아 대규모 파업에 들어가면서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임금 협상에 압박을 더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2019년에는 GM이 노조의 ‘타깃’으로 자리잡아 40일에 걸친 파업 사태를 겪었다. 해당 기간에 발생한 금전적 손실만 36억 달러(약 4조6천억 원)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민감하게 여기는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를 새로 발표한 스텔란티스와 삼성SDI의 행보는 결국 노사협상에 어려움을 더할 공산이 크다.

스텔란티스와 삼성SDI는 합작법인을 통해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따라서 노조와 스텔란티스 사이 임금협상 결과가 해당 공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가 스텔란티스에 배터리공장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노조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CNN은 “전미자동차노조는 스텔란티스와 삼성SDI 배터리공장이 연간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의 세제혜택과 정부 대출, 보조금 등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SDI 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 건설에 노조 반발, 임금협상 변수로 떠올라

▲ 스텔란티스와 삼성SDI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기업로고. <스타플러스에너지>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CNN을 통해 정부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금전적 지원이 전기차 관련 업계 종사자의 임금 상승과 처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스텔란티스와 임금협상을 시작하기 직전에도 삼성SDI와 합작 배터리공장에 관련해 언급했다.

스텔란티스가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근로계약 조건 등을 두고 노조와 협상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전미자동차노조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스텔란티스와 삼성SDI의 추가 배터리공장 증설 결정을 빌미로 삼아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스텔란티스와 전미자동차노조 사이 임금협상 결과가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 전반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모두 GM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에 여러 곳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만약 전미자동차노조가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에 관련해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어낸다면 자연히 인건비 부담은 한국 배터리 3사에 모두 확산될 공산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미 GM과 함께 가동을 시작한 오하이오 배터리공장에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와 GM 사이 협상 차질은 배터리공장 파업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 빅3 자동차기업뿐 아니라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도 전미자동차노조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에 노동자의 권익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배터리업체가 미국 고객사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노조와 관련한 변수를 더욱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CNBC는 “배터리공장 문제는 전미자동차노조와 자동차기업 사이 협상에 ‘와일드카드’ 이슈로 자리잡았다”며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