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이 한진그룹에서 3세경영의 닻을 올리자마자 암초를 만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후계자 입지를 굳히자마자 리더십에 흠집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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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는 이르면 9월 말 이런 내용이 포함된 심사보고서를 심의한다.
이에 앞서 7월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는 이들 남매가 조 회장의 자녀라는 점을 이용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심사보고서에 대한항공 법인에 대한 고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컨버스는 콜센터 및 시스템 업무를 하는 계열사로 조 회장과 삼남매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로 삼남매가 33.3%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두 회사는 지난 5년 동안 거둔 1620억 원가량의 매출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1200억 원가량의 일감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총수 일가를 직접 고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과거 총수 몇명이 고발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자료 미제출이 사유였다.
전원회의에서 이번 안이 확정되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원태 부사장이 최근 한진그룹에서 눈에 띄게 경영보폭을 넓히며 한진그룹의 3세경영 구도를 거의 마무리한 상황에서 리더십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조 부사장은 1월 대한항공의 전 부문을 총괄하는 총괄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 뒤 3월에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4월에 진에어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한진그룹의 주력인 항공계열사를 모두 총괄하게 된 것이다.
조 부사장은 이밖에도 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유니컨버스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한진, 제동레저, 유니컨버스투자, 정석기업, 한진해운신항만에서 이사도 맡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경영능력을 검증받으면 한진그룹의 3세경영이 예상보다 빨리 순항할 것이라는 평가가 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사태나 대한항공 노사갈등 등 내우외환을 겪는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하는 시각이 많았다”며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이번 혐의가 혐의에 그치더라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소명 절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아직 검찰 고발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진행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니컨버스, 싸이버스카이와 각각 2009년부터 7년 동안 거래한 금액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부분은 수십억 원대로 규모가 크지 않다”며 “문제 제기된 거래를 지난해 11월 모두 해소해 현재는 법 위반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