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의 기세가 무섭다. 모토로라를 사들이고 삼성과 애플을 상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대전’을 장담한다. 태풍급 변화를 몰고올까, 찻잔 속의 바람에 그칠까?


  레노버, 모토로라 업고 삼성과 맞상대 야심  
▲ 양 위안칭 레노버 CEO
4일 홍콩증시에서 레노버 주가는 16.4%나 급락했다. 모토로라 인수가 단기적으로 볼 때 레노버의 손익을 갉아먹고 장기적으로 봐도 ‘불필요한 인수’라는 부정적 시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 위안칭 레노버 CEO는 자신만만하다. 레노버가 1월29일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인수를 발표하면서 양 CEO는 이번 인수가 “애플과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곧 세계시장을 향해 나아갈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북미를 비롯해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전방위 대결을 벌일 작정이다. 2015년까지 1억대 휴대폰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지난 해 레노버와 모토로라를 합친 판매량의 두 배다. 같은 기간 삼성은 3억1,400만대, 애플은 1억5,300만대를 팔았다.

◆ 레노버, IBM의 PC 인수처럼 성공할까

레노버의 자신감은 2005년 IBM의 PC사업을 인수해 성공한 경험에 기반한다. 당시 시장에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그러나 레노버는 델, HP 등을 차례로 넘어서며 인수 8년만인 지난해 글로벌 PC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레노버는 IBM의 PC사업 인수를 통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저가 및 고가 시장에서 모두 약진했다. 이런 경험이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에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레노버는 PC사업에서의 영광을 스마트폰에서 재현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M이 PC부분에서 가지고 있던 경쟁력 수준을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토로라가 구글에 인수된 2011년부터 모토로라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다. 2012년 모토로라는 중국과 브라질에 있는 공장을 매각하고 해외 지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해 실질적으로 해외사업을 정리했다. 업계에서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당시부터 구글이 모토로라의 특허권만 차지하고 제조부문은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토로라에게 남은 건 북미와 남미 시장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해 3분기까지 북미 점유율 3.5%, 남미 점유율 8%를 차지했다. 전 세계로 놓고 볼 때 점유율 1%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레노버가 IBM PC를 인수할 때 글로벌 점유율은 7%였다. 레노버가 IBM의 PC 분야을 인수할 때와는 비교가 안된다.

◆ 시장과 제품군 넓히려는 레노버의 전략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는 1차적으로는 북미와 남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한 레노버지만 해외에서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때문에 레노버는 모토로라의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유효한 북미와 남미에서부터 점유율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토로라 인수는 레노버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다. 레노버는 같은 중국 제조사인 화웨이에 비해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지난해 모토X 등을 내놓으며 여전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저가형이나 보급형 제품은 레노버로, 프리미엄 브랜드는 모토로라를 내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양 CEO도 “프리미엄급을 포함해 전체 제품 라인업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역 넓히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 예고

레노버의 이런 전략에 따라 세계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과 레노버가 격돌하고 있는 곳은 중국시장 뿐이다. 지난 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는 15%를 차지한 삼성전자, 2위는 11%의 레노버였다. 아직 삼성전자가 우세하지만 레노버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삼성과 레노버가 맞붙는다면 결과는 예측불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이제 프리미엄 라인이 아닌 중저가 라인이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레노버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제품군을 확대해가고 있다. 레노버는 이제 점유율 경쟁을 넘어 삼성전자를 겨냥해 가격대별로 경쟁모델끼리 1대1로 치열한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