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테슬라의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 부진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기 대비 1.8%포인트 낮아진 9.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 아래까지 떨어졌다. 테슬라는 그동안 ‘업계 최고 수준 마진율’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2분기 실적발표에선 이 문구마저 삭제됐다.
테슬라는 단기 수익성보단 판매량을 높인 뒤에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하며 전기차 가격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최근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형 전기차 사이버트럭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도 이번 실적발표에선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더욱 키웠다.
이에 증권가에선 테슬라 주가가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거란 의견이 일부 나오고 있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으로 인한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며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양한 신기술에 대한 투자로 중장기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이나 이익에 기여하는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다”고 보았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의 경우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기술투자와 플랫폼 기업으로의 기대감 모멘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FSD 소프트웨어와 이에 활용될 Dojo 인공지능(AI) 컴퓨터,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투자하며 단순 자동차 기업을 넘어 종합 빅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표준이 북미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차지하는 점도 테슬라의 장기 긍정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이버트럭의 출시 일정이 가시화될 때마다 주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위 기술들에 대한 새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주가는 실적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기대감에 기반해 상승하는 특징이 있는데 현재 테슬라의 기술 혁신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며 “하반기 사이버트럭 생산 가시화 모멘텀도 있어 단기 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중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자동차 하드웨어와 AI를 동시에 영위하는 기업은 테슬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테슬라 시스템이 업계 표준이 되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애플과 같은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으로 보았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7월 Dojo 생산 등 신기술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며 “단기 리스크 요인이 일부 부각됐으나 펀더멘털 변화는 없어 주가 조정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증권가에선 테슬라의 수익성보단 기술적 투자의 향후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테슬라 사이버트럭 실제 제품.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는 테슬라의 기술 투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며 “기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한 중장기 사업 목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함형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는 테슬라의 차량 재고 감소세, FSD 기술개발 및 전기차 충전표준 등 장기 성장 모멘텀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며 최근까지 월가의 테슬라 목표주가 평균은 일반적으로 테슬라 주가보다 20~30% 낮았다. 월가 증권사들은 테슬라 주가가 과열됐다는 의견을 오랫 동안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 목표주가가 연이어 높아지고 전날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 결과 전망치 평균과 현재 주가 사이 괴리율은 1.79%에 그치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던 투자자들은 매력적인 수준으로 느낄 수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