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테슬라 머스크 설득했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자율주행칩 수주 가능성

▲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칩 ‘HW 5.0’ 파운드리(위탁생산)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수주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을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만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차세대 자율주행칩 ‘HW 5.0’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 맡길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차량용 자율주행칩에서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테슬라가 2019년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반도체인 ‘HW 3.0’은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올해부터 테슬라의 신형 모델X에 탑재되기 시작한 ‘HW 4.0’ 일부 제품도 삼성전자 7나노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테슬라가 차세대 자율주행칩인 ‘HW 5.0’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아닌 TSMC 4나노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그동안 우세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022년 12월 “애리조나에 있는 TSMC의 새로운 미국 공장은 테슬라로부터 4나노 반도체 주문을 받았다”며 “대량 생산은 2024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테슬라와 TSMC의 거래는 삼성전자에게 큰 타격이며 몇 년 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익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올해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회장와 머스크 CEO의 만남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도 함께했다.

이 회장은 2016년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사업에 삼성그룹의 역량을 모으고 있는데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까지 키운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회장은 2025년 차량용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슬라의 차세대 차율주행칩 수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회장이 머스크 CEO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의 수율(완성품 비율)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4나노 수율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용 테슬라 머스크 설득했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자율주행칩 수주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은 2023년 5월10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이 때문에 파운드리 최대 고객 중 하나였던 퀄컴이 삼성전자의 4나노에서 TSMC 4나노로 옮기는 대형 악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4나노 수율을 대폭 올리며 TSMC와 격차를 확연히 좁힌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현재 75% 이상까지 향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TSMC의 4나노 수율 추산치인 80%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변화는 테슬라와 같은 고객사 입장에서 파운드리 협력사를 다각화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2024년 말에 가동되는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테슬라 오스틴 기가팩토리와 거리가 차로 약 30분에 불과해 지리적 측면에서도 이점을 갖추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7월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파운드리 공사가 한창이다”며 “내년 말이면 여기서 4나노부터 양산 제품의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아직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비중이 미미하다. 202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체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약 5%에 불과했다.

하지만 테슬라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양산이 본격화되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자동차는 반도체가 200개 정도 탑재되지만 레벨4(운전자가 출발 전에 목적지와 이동 경로만 입력하면 되는 고등 자동화) 이상 자율주행차에는 약 2천 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게다가 테슬라는 차세대 자율주행칩 ‘HW 5.0’을 레벨5(완전 자동화) 자율주행차에 탑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자율주행칩을 포함한 전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부터 연평균 12.8% 성장해 2026년에는 962억 달러(약 1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운드리 초미세공정이 안정화되고 수율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고객사나 수주와 관련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