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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SK하이닉스가 일본 전자회사 도시바로부터 1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이 소송이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주식회사로부터 약 1조111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송달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도시바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SK하이닉스의 자기자본 대비 8.5% 규모다.
SK하이닉스가 받은 소장에 도시바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파기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시바는 또 SK하이닉스가 해당기술을 이용해 낸드플래시 제품 등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로부터 피소당한지 4개월 만에 소장을 받았다”며 “앞으로 도시바의 주장을 적극 반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어겼다며 지난 3월14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도시바는 2008년 당시 샌디스크에서 근무하던 스기타 요시타카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관련 연구를 빼낸 뒤 SK하이닉스로 이직하면서 이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는 약 15년 동안 낸드플래시 메모리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샌디스크도 이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주법원에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SK하이닉스가 당한 소송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이닉스의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1조5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8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에도 1조12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소송이 앞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나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기술을 전달받았거나 실제로 해당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냈는지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 2007년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플래시 메모리 관련 핵심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한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현재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력관계에 있다”며 “이번 소송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홍 연구원은 “도시바가 주장하고 있는 기술침해 발생 시기인 2008년은 SK하이닉스가 인텔 자회사인 뉴모닉스와 협력하던 때”라며 “SK하이닉스 제품에 도시바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SK하이닉스가 입을 피해 금액은 3천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낸드플래시 판매로 거둔 매출을 약 15조1천억 원 정도로 가정하고 이 금액의 2%를 특허료로 지급한다면 3천20억 원의 피해금액이 산정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3천억 원이란 금액은 SK하이닉스 자기자본의 2.3%에 불과한 액수”라며 “소송은 일회성 사건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