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금융사 인수전에서 신중한 태도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는
임종룡 회장 취임 뒤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임 회장은 취임 초기 강조했던 ‘비은행 부문 강화'에서 은행 부문 중심으로 ‘기업금융’에 힘을 싣고 실적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금융사 인수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기업금융을 내세우며 실적 다지기에 나섰다.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하반기 ‘기업금융’에 힘을 싣고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진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4일 열린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기업금융 명가 부활’과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목표 달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은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화두로 떠오른 분야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7일 우리은행은 이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기업금융 특화 채널을 만들었다.
다만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과 관련한 자료에 ‘비은행’과 관련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임 회장이 취임 뒤 강조해 왔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당시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4월 실적 발표에도 직접 참여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비은행 금융사 인수는 ‘숙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우리금융 주요 과제였다.
1분기 기준 우리금융지주 순이익 9113억 원 가운데 8595억 원(94.3%)은 우리은행이 낸 것일 정도로 우리금융의 우리은행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은행 의존도는 4대 금융 가운데서는 가장 높다.
더구나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지금 은행 부문에서는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기와 같은 역대급 순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임 회장이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는 데에는 매물 가격이 '인플레이션' 상태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앞서 취임 100일을 앞두고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이 증권사가 필요하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인수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최근 비은행 계열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 임 회장의 평가는 시장의 시각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나금융지주가 13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도 KDB생명의 부실한 재무건전성을 고려하면 무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 관점에서는 하반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무리하게 내세우기보다 당장의 실적부터 시장에 내보일 필요도 있다.
치솟는 연체율과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등으로 금융시장 악재가 겹친 가운데 4대 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주는 시장에서 저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은행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0.36배에 불과해 은행주는 역사적 하단 수준이다”며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PF 대출부실과 비은행 여신 건전성 악화 우려, 상호금융중심 위험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고 바라봤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에 맞춰 5월 내년 5월부터 경기대응완충자본(CCyB)를 1%로 추가로 적립하도록 하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적립부담 자체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 14일 열린 하반기 우리금융 경영전략 워크숍 모습. <우리금융지주> |
우리금융 자체도 1분기에는 5대 금융 가운데 농협금융에 순이익 부분에서 4위를 뺏겨 시장에 실적으로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비은행사 인수를 언제까지나 느긋이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은 임 회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금융이 물색하고 있는 증권업 전반이 차익결제거래(CFD) 이슈와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시장예상을 밑도는 순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다. 인수전 경쟁자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몸값은 지금이 저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금융은 최근 '기업금융'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비은행 계열사 인수는 여전한 과제라는 점을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계열사 인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거나 바뀐 사항은 없고 인수합병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최근 은행장 취임과 더불어 기업금융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