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자회사 하만도 브로드컴에 '갑질' 피해, "BMW 독점계약 강요"

▲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브로드컴의 독점적 거래 강요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만의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미지. <하만>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서 인수한 미국 자동차부품 및 음향기기 자회사 하만이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이 하만에 판매하는 통신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을 독일 BMW에만 공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14일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브로드컴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자회사인 하만에도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앞세워 독점적 거래를 강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하만은 최근 브로드컴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공정한 시장 경쟁환경을 해치려 했다는 혐의를 들었다.

브로드컴이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탑재되는 통신반도체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특정 고객사를 위한 제품에만 이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는 내용이다.

소송 내용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5월 하만에 서한을 보내고 BMW에 공급하는 제품 이외에는 자사 반도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하만은 브로드컴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른 고객사와 거래에 피해를 입거나 브로드컴의 반도체를 사들이지 못 해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만은 BMW 이외에 GM과 아우디, 포르쉐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하만은 7월 초부터 자동차 고객사에 공급하는 주요 제품을 생산하지 못 하게 돼 핵심 고객사인 GM도 7월 중순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의 이러한 불공정행위가 다른 반도체 공급사와 가격 경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소송 내용에 포함됐다.

하만 측은 브로드컴이 이러한 압박을 내놓기에 앞서 BMW 및 GM과 각각 접촉한 뒤 하만을 공급망에서 소외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마저 두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은 BMW에 직접 통신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히 중간 공급사 역할을 하던 하만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등 통신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로드컴의 갑질 의혹이 보고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FTC(공정무역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특정 고객사와 독점적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브로드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브로드컴을 대상으로 제재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통신반도체 장기 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자회사인 하만까지 브로드컴의 갑질 피해 대상에 놓이고 있던 셈이다.

BMW가 브로드컴과 통신반도체 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하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이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을 논의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하만이 이번 사태로 느끼는 ‘배신감’도 클 수밖에 없다.

하만은 브로드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BMW와 거래에 잠재적 피해를 우려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