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잡겠다는 인텔,  CEO 호언장담에도 넘어야 할 산 많아

▲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어느정도 위협이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TSMC에 이은 2위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텔은 전통의 반도체 명가로 방대한 반도체 설계자산(IP)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위협적인 경쟁자가 됐다.

다만 미세공정 기술력, 가격경쟁력 확보 여부 등 현재로선 인텔이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설명하는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어 2024년까지 내부 물량을 기준으로 파운드리 2위, 2030년에는 외부 수주 물량을 기준으로도 2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2024년 인텔의 파운드리 매출이 따로 집계된다면 내부물량만 약 200억 달러(26조102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기준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219달러(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추정치)에 근접하는 수치다.

인텔은 10년 전인 2014년 세계 최초로 14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할 때까지만 해도 미세 파운드리 공정을 선도하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가 2016년 10나노에 진입하면서 기술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현재 인텔 반도체에 적용되는 공정은 7나노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는 삼성전자에 크게 뒤처져 있다.

미세공정 경쟁을 사실상 포기하던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 강화를 선언한 것은 2021년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복귀하면서다. 반도체산업에서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인텔도 이를 포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인텔은 반도체 종가로 파운드리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서버용 반도체, 사물인터넷(IoT)까지 다양한 반도체 설계자산(IP)을 확보하고 있다. 

파운드리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반도체 설계자산(IP)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텔이 가진 강점은 반도체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측면이 있다.

또 실리콘밸리에서 퀄컴, AMD,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팹리스 입장에서도 같은 국적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5월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점도 강점 가운데 하나다.

황친융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 사장은 2022년 8월 기고문에서 “TSMC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인텔”이라며 “인텔과 그 배후에 있는 미국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잡겠다는 인텔,  CEO 호언장담에도 넘어야 할 산 많아

▲ 인텔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다만 파운드리 기술력 측면에서 인텔은 아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5나노를 건너뛰고 3나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양산에 들어가고 일정수준의 수율(양품 비율)을 뽑아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2023년 말 3나노, 2024년 2나노 양산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2023년 인텔의 3나노 반도체 양산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현금창출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여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텔은 2023년 1분기에만 약 27억60만 달러(약 3조7천억 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내면서 인력의 약 20%를 정리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건설하는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은 캐나다 대체자산 운용사인 블룩필드에 공장 지분 49%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고 독일공장도 자금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공정의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고 해도 파운드리 가격 문제가 남아있다.

미국과 유럽에 주요 반도체 공장을 둔 인텔이 아시아를 주력 거점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TSMC의 가격경쟁력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TSMC 창업주 모리스 창은 올해 초 “미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대만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50% 비싸다”고 말했다. 

인텔이 성능이 좋은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해도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해외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비용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텔에서 만든 반도체는 단순히 제조 공장의 위치 때문에 결국 더 비쌀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