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 오너일가의 지분상속이 완전 마무리된 지 벌써 약 1년 정도가 지났다.
이건희 전 회장의 사후 한쪽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홀로서기, 즉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오너일가는 결국 한 우산 아래 남매 독자경영이라는 방법을 선택해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끌고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이부진 사장이 결국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 그룹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이건희 회장의 사후 상속이 진행되는 동안은 호텔신라가 독립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호텔신라의 주요 사업인 호텔업이나 면세점 사업 등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도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호텔신라의 사업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라움미술관 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분관계를 지금처럼 정리하는 데 홍 전 관장의 의중이 깊게 반영됐다고 알려져있기도 하다.
홍라희 전 관장이 들고 있는 지분은 삼성물산 0.96%, 삼성전자 1.96%에 불과하고 삼성생명 등의 지분은 소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분과 상관없이 삼성그룹 오너일가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가 매우 크다.
홍 관장이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일이 어려운만큼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홍 관장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아들과 딸들에게 상속되면 어떤 방식으로던 이 지분이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은 재계에서 딸들의 계열분리로 유명한 대기업이다. 딸들에게도 잊지 않고 계열분리를 해주는 전통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병철 회장은 옛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딸들에게 “이제는 여자도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시대”라며 경영 참여를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첫째인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 막내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무척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희 전 고문은 1979년에 호텔신라 상임이사로 선임돼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병철 회장이 이인희 전 고문을 두고 “인희가 아들이었으면 그룹을 물려줬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아들이 아니라 물려줄 수 없다’는 시대적 한계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병철 회장의 딸 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의 이명희 회장은 경영에 전혀 뜻이 없고 12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병철 회장이 그런 막내딸을 끈질기게 설득해 역시 1979년에 영업담당 이사로 신세계에 입사시켰다. 이명희 회장은 결국 신세계그룹으로 분리독립해 지금은 명실상부 대기업집단의 주인이 됐다.
범삼성가의 이런 가풍은 그 아래로도 이어져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딸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이 소위 ‘남매 경영’으로 이끌고 있고, CJ그룹 역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남매 경영이 후대인 이선호-이경후 남매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딸 사랑은 실제로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명희 회장에게 신세계그룹을 떼어줄 때까지만 하더라도 백화점 사업, 호텔 사업 등은 그렇게 커다란 사업이 아니었지만, 현재 신세계그룹의 위상은 재계에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다시
이부진 사장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이부진 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미래를 알 수도 없고,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의중을 알 수도 없는 일이니 계열분리 가능성을 살피는 것보다, 계열분리를 마음먹는다면 계열분리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호텔신라 주식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계열분리를 하려면 호텔신라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부진 사장이 들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지분은 삼성생명 1383만9726주, 삼성전자 5539만4044주, 삼성물산 1166만2168주 등이다.
이 지분의 지분가치를 계산해보면 6월15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 9175억7383만 원, 삼성전자 3조9606억7415만 원, 1조2536억8306만 원, 모두 합쳐 6조1319억3104만 원이 된다.
6월15일 종가 기준 호텔신라 시가총액이 2조8769억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계열분리를 위한 총알은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분납해서 내기로 한 상속세가 남아있다는 것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배당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계열분리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그리고 현재는 없어진 새한그룹까지. 모두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게서 갈라져 나온 그룹들이다. 흔히 ‘범삼성가’라고 부른다.
과연
이부진 사장이 이 ‘범삼성가’에 호텔신라그룹이라는, 하나의 그룹을 더 추가하게 될지, 그렇게 된다면 과연 언제가 될지 궁금해진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