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TSMC 지분 매각은 '실수' 평가, 반도체 파운드리 가격 결정력 주목

▲ 워런 버핏 회장이 대만 TSMC 지분을 처분하기로 한 결정은 실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TSMC 사옥 내부 이미지.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대만 TSMC 지분을 단기간에 대거 매도한 결정은 실수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막강한 고객사 기반과 가격 결정력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하며 주가 상승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1일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에 따르면 미국증시에 상장된 TSMC 주가는 현재 연초 대비 약 35% 상승해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가 상승폭이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분 매각 이후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3분기 TSMC 주식 41억 달러(약 5조3천억 원) 규모를 매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에 걸쳐 거의 모든 지분을 매도했다.

장기 투자와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던 워런 버핏 회장의 투자 철학과 상반되는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버핏 회장은 TSMC 지분 매각을 결정한 이유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었다. 이러한 변수를 고려할 때 적합한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TSMC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힌 뒤 다른 투자자들도 뒤를 따라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처분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럼에도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계속됐다.

모틀리풀은 “TSMC에서 지나치게 일찍 손을 뗀 버핏 회장의 결정은 많은 의문을 남긴다”며 그의 선택이 단지 실수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애플이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모두 맡기는 최대 고객사라는 점도 버핏 회장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을 가장 큰 투자 대상 기업으로 두고 있다. 1분기 기준 지분율은 5.57%로 현재 시가총액에 대입하면 1654억 달러(약 214조4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만약 TSMC가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반도체 생산이나 공급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벌어지면 애플은 사실상 아이폰과 맥북 등 제품에 사용하는 시스템반도체를 수급할 수 없게 된다.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지분을 거의 모두 처분한 버핏 회장의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틀리풀은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버핏 회장이 TSMC 지분을 매도하기로 결정한 데 다른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TSMC의 주가 상승 전망을 두고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 업황이 회복되는 2024년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틀리풀은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점을 주가 상승 전망에 근거로 제시했다.

TSMC가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보적 기업으로 자리잡아 꾸준히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를 인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만큼 실적 증가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틀리풀은 TSMC 2024년 매출이 2023년 대비 22%, 주당순이익은 2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실적 전망을 고려한 주가수익비율(P/E)는 약 16배 정도로 추정돼 아직 매수에 나서기 좋은 시점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모틀리풀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은 중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워런 버핏 회장의 TSMC 지분 매각은 실수라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