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시가 소수의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닷컴버블 붕괴’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 투자가 집중됐던 인터넷 기업과 달리 현재 상승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은 탄탄한 실적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증시 닷컴버블 재현 가능성 낮다, 블룸버그 "기술주 호황 장기간 지속"

▲ 2023년 미국증시 상승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실적과 무관히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과도하게 몰려 주식시장이 붕괴했던 2000년대 '닷컴버블'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닷컴버블 때와는 달리 현재 (상승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매우 밝다”고 진단했다. 

닷컴버블은 2000년 전후로 미국 증시에서 정보기술(IT) 기업 주가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해 급등했다가 단기간에 폭락하면서 전체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다. 

미국 증시 S&P500지수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빅테크 기업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20%에서 7월 들어 28%까지 증가했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세가 집중되면서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자연히 빅테크 기업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닷컴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선임 연구원 길리언 울프는 “(닷컴버블 때와는 달리) 주요 기업들은 긍정적 실적 전망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버블 붕괴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 주요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2023년에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른 이유는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이어진 주가 하락세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100 지수는 2022년 들어 33% 떨어졌고 2023년에 약 37% 상승했다. 

투자회사 래퍼탱글러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낸시 탱글러는 블룸버그를 통해 “현재 상황은 닷컴버블때와는 전혀 다르고 주식시장은 2022년에 이미 저평가 상태였다”며 “기술주 호황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빅테크 기업 주가가 지나치게 오른 상태라 투자자들이 지금부터 추격매수를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투자자문사 웰스얼라이언스의 사장 에릭 디턴은 블룸버그를 통해 “지금 빅테크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이면서도 꾸준한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