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환경단체와 과학자들은 국제연합 차원에서 군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규제할 것을 요청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D-30 곡사포를 사격하는 우크라이나 특수경찰부대원.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각국 군대들이 전 세계인의 친환경 전환 노력에 '무임승차'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 연구진과 환경단체 등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유엔(UN)에 규제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영국 옥스퍼드 등 대학 연구팀들과 '유럽분쟁 및 환경관측소(CEOBS)' 등 환경단체들이 유엔에 연구자료를 제출하면서 지속적으로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를 규제화 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월에도 공동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세계 각국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최근 유럽분쟁 및 환경관측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군대 배출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는 추정치로 전 세계 군대들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1997년 교토의정서나 2015년 파리협정 당시에도 군대는 국가방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군사활동은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환경전문가 레나르 드 클레르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12개월 만에 차량 연료, 시설복구 등 활동으로 1억2천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관련,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아직 군대를 대상으로 한 구체적 규제안은 없으나 해당 문제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등 앞으로 있을 회담에서 다룰 수 있다"고 답했다.
독일 국방부 환경부서의 마르쿠스 루엘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지 외부인이 알아선 안된다”며 “공개된 정보로 우리 장비의 보유량과 성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국가의 군대는 국제 규약이나 합의 없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31개의 가입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펜타곤 즉 미군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미 해군 에너지, 설비 및 환경 담당 차관보인 메러디스 버거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COP27 참여와 관련해 “우리는 화석연료를 통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며 “우리는 친환경 문제에 있어 당사자이기 때문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군이 소모하는 화석연료는 감소하는 추세다.
미군은 2018년에는 석유 구매 규모가 거의 1억 배럴에 육박했지만 2022년에는 8400만 배럴로 감소했다. 미군이 배출한 온실가스도 2021년 5100만 톤에서 4800만 톤으로 감소했다.
다만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보고된 국방부 자료에는 미군이 국제물류 및 벙커에서 사용한 연료사용량은 제외됐다.
익명의 미 국방부 내부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무인기와 드론 덕분”이라며 “항공기를 무인화하면 연료 효율이 상당히 올라간다”고 말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뉴질랜드와 영국 그리고 독일 국방부도 기존 온실가스배출량 공개보고서에서 제외했던 일부 정보를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