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이 추진하고 있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인수작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4월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인수계약을 체결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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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 |
금감원 관계자는 “안방보험에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주주적격성 심사신청은 아직 접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이 2015년 2월에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3월에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을 때와 다른 모습이다.
알리안츠생명은 8월 안에 성과중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인수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임원진인 실장급 직원 4명을 해임하고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조정도 했다. 그런데도 안방보험 측에서 움직임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안방보험이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알리안츠생명 인수허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안방보험은 5월부터 중국 보험감독위원회(CIRC)로부터 재무건전성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안방보험이 제재를 받는다면 수위에 따라 알리안츠생명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법인이 국내 보험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면 원래 국가에서 기관경고 이상의 행정처분이나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안방보험이 향후 참여할 수 있는 국내 금융회사 인수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지분 10%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방보험은 3월에도 중국 금융당국의 조사방침이 알려진 직후 스타우드호텔 인수를 포기한 적 있다.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점에 대해 중국 정부에서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안방보험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금융자본은 보험뿐 아니라 금융권 전역에서 한국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국영 보험회사인 타이핑생명이 ING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전망도 같은 맥락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타이핑생명이 ING생명 매각 본입찰에 불참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