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떠난 이수만 다시 기지개 켜나, 계약관계 정리 안 된 하이브 속내 복잡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새로 개인회사를 차리며 활동을 모색하자 이를 바라보는 하이브의 시선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이먼트와 결별한 이수만 창업자가 개인 사무실을 내고 새 진로를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는 프로듀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창업자가 국내에서 프로듀싱에 나서게 되면 하이브와 계약을 어기는 것이 된다. 하지만 하이브로서는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잘못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창업자가 마음먹기 따라서 자신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하이브에 무조건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금 SM엔터 지분이 굳이 필요 없는 상태다.

하이브가 이 창업자의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이브가 이 창업자와 적절한 타협점을 놓고 합의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이수만 창업자가 프로듀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창업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창업자는 이미 블루밍그레이스, 리폴룩스,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 등의 개인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들과 별개의 사무실을 낸 것이다.

이 창업자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듀싱 업무에 복귀하려는 시도로 바라보고 있다.

이 창업자는 올해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가 열린 3월31일 기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늘 그래왔듯이 나는 미래를 향해 간다”며 “이제 K팝은 K팝을 넘어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뮤직의 세상에 골몰 중이다”며 “나와 여러분, 그리고 글로벌 아티스트가 함께 만나 세상을 위한 즐거운 축제를 벌이게 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계획이 담겨있지는 않아도 음악산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않겠다고 암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당시에도 나왔다.
 
SM 떠난 이수만 다시 기지개 켜나, 계약관계 정리 안 된 하이브 속내 복잡

▲ 사진은 서울 용산에 있는 하이브 사옥.


문제는 이 창업자와 하이브가 2월 맺은 계약에 있다.

하이브는 이 창업자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4.8%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국내에서 프로듀싱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업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 창업자가 하이브에 지분을 파는 대신 SM엔터테인먼트에 프로듀서로 복귀하려 한다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이브는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포기하고 카카오에 경영권을 넘겼지만 지분 매매 과정에서 맺은 이 창업자와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창업자가 국내에서 프로듀싱사업을 펼치려고 한다면 하이브 입장에서는 계약 위반인 만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이 창업자도 이를 감안해 최근 하이브측에 국내 프로듀싱을 막는 경업금지 조항에 대한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이 창업자의 요청을 거절할지 수용할지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카카오와 플랫폼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런 만큼 이 창업자의 경업금지를 해제해준다면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동시에 이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3.6%를 하이브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들고 있다.

풋옵션 행사 시기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결합이 승인되거나 하이브와 이 창업자의 주식매매 거래 종결일로부터 1년이 되는 때 중 빨리 도래하는 시점이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포기했으니 이 창업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2024년 2월22일부터 한 달 사이다.

이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86만8948주를 주당 12만 원에 넘기며 1042억7376만 원을 챙길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7월6일 10만6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하이브에는 더 이상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이 필요하지 않다.

하이브는 3월 진행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에 보유 지분 전부를 다 응모했지만 경쟁률에 따라 일부만 팔 수 있었다. 하이브는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8.81%를 갖고 있는데 결국 전량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풋옵션 행사 여부는 전적으로 이 창업자에 달린 것이지만 필요 없는 주식을 시장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야하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 창업자가 풋옵션을 포기하길 바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서로의 약점을 하나씩 잡고 있는 하이브와 이 창업자가 경업금지 조항 해제와 풋옵션 포기로 합의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이브 관계자는 “해당 풋옵션은 이 전 총괄이 보유하고 있는 권리이므로 이 전 총괄의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