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점유율 삼성전자 추월 전망, 2나노 미세공정 도입 시기가 관건

▲ 인텔이 2032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인텔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이 2032년부터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만 TSMC를 잇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2위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2나노 등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현실화하는 일이 앞으로 파운드리사업 성공에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6일 투자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투자전문가 블랙노트인베스트먼트는 보고서를 내고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왕좌’를 지켜내겠지만 인텔의 추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블랙노트는 인텔의 파운드리시장 매출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0.7%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2032년에는 14.5%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2032년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53%로 여전히 과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3%로 예상됐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며 삼성전자를 넘고 2위 업체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셈이다.

블랙노트는 인텔이 주로 중소 파운드리업체의 점유율을 빼앗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TSMC와 삼성전자도 일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인텔이 이러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TSMC보다 앞선 미세공정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과제로 지목됐다.

인텔은 2024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2025년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반도체 공정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미세공정 기술 경쟁은 삼성전자와 TSMC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두 기업의 치열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텔은 이러한 경쟁사들이 반도체 공정기술을 발전하는 데 걸렸던 시간을 크게 단축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두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발전은 공격적인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와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텔이 실제로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인텔이 향후 출시하는 자체 CPU에 직접 개발한 2나노 공정을 활용하려 했지만 이러한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인텔이 차세대 CPU ‘애로우레이크’ 시리즈에 자체 2나노 미세공정 대신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해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텔이 2024년 2나노 반도체 양산체계 구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인텔 파운드리 점유율 삼성전자 추월 전망, 2나노 미세공정 도입 시기가 관건

▲ 인텔의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인텔>

WCCF테크는 “인텔의 2나노 공정 도입 계획이 미뤄졌을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며 “차세대 CPU 출시를 위해 TSMC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인텔이 삼성전자나 TSMC와 비슷한 시기 또는 더 늦은 시기에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한다면 시장 경쟁에서 뚜렷한 장점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고객사 입장에서 신생 파운드리 업체인 인텔의 기술력이 기존 주요 업체보다 뛰어나지 않다면 다른 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인텔의 새 공정기술 도입 지연은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 우위를 고객사들에 강조해 이들의 수주 기회를 늘리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인텔은 미국과 독일 등에 첨단 파운드리 생산공장 투자도 가장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투자를 예고한 금액만 약 94조 원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인텔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안더라도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하는 일은 잠재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노스랜드캐피털마켓은 5일 보고서를 내고 “인텔의 최우선 목표는 공정 기술 우위를 되찾는 것이며 이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바라봤다.

노스랜드캐피털마켓은 파운드리가 인텔의 반도체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에 해당한다며 반드시 성공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중장기 경쟁 판도가 인텔의 2나노 미세공정 상용화 시기 및 고객사 확보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랜드캐피털마켓은 인텔이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해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반도체 생산을 수주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