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창업주 "세계화 시대 끝났다" 재차 강조, 파운드리 투자 전략에 변수

▲ 장중머우 TSMC 창업주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같은 상황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는 끝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재차 내놓았다.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장중머우 TSMC 창업주가 ‘세계화 시대의 종말’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비롯한 여러 상황이 전 세계적인 교역 및 협력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TSMC가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 대만 이외 국가로 반도체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타이페이타임스는 5일 “장중머우가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규제와 경제 주도권 싸움을 세계화에 가장 큰 방해요소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장중머우는 대만에서 열린 중국전국상공협회 주최 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세계화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에서 자국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해 이익을 내는 일은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반면 해외 기업이 들어와 경제와 기술 리더십을 위협하는 데는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역이 이뤄지던 진정한 세계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장중머우는 “이러한 상황은 더 이상 세계화라고 보기 어렵다”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규제는 세계화와 완전히 정반대되는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각국 정부가 세계화보다 자국의 경제 및 기술 우위 강화를 우선순위에 두는 추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국가들 사이 협력을 전제로 한 교류는 갈수록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중머우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이 미국을 겨냥한 무역보복 조치를 내놓은 뒤 하루만에 나왔다.

중국 정부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로 쓰이는 원재료의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중머우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규제를 지지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러한 흐름은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나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TSMC와 같은 반도체기업 또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고객사에 모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장중머우는 수년 전 TSMC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활발하게 경제정책 전문가 및 대만의 경제 사절 역할로 외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정책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만큼 TSMC 경영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TSMC 창업주 "세계화 시대 끝났다" 재차 강조, 파운드리 투자 전략에 변수

▲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TSMC >

결국 장중머우가 이날 내놓은 발언은 TSMC의 중장기 사업 방향성을 예고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장중머우는 미국이 철저하게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이 대만에 의존을 낮추려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바라봤다.

장중머우는 이전에도 “세계화의 시대는 죽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TSMC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부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장중머우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더 이상 세계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과격한 발언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 축소되는 흐름을 고려한다면 TSMC가 미국과 같은 국가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결국 장중머우가 이번 연설에서 세계화의 종말을 재차 강조한 것은 TSMC의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TSMC는 이미 일본과 독일 등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에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추가로 증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대만에서 첨단 반도체를 모두 생산해 전 세계로 공급하는 TSMC의 사업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중머우는 “세계화가 이미 죽었다는 데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자유무역의 개념은 아직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