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 선제공격, TSMC 3나노 업그레이드 공정으로 맞서

▲ 대만 TSMC가 3나노 업그레이드 공정 도입 계획을 내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도입에 맞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곧 양산을 앞두고 있는 3나노 2세대(3NE) 등 차기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통해 고객사들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5년 이후 2나노 공정을 다양한 파운드리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TSMC가 더 이른 시일에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로 적극 영업에 나선 셈이다.

4일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일본에서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앞으로 수 년 동안 새롭게 선보일 여러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소개했다.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3나노 초기 공정으로 애플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한 데 이어 3나노 기반 기술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양산을 계획한 N3E 공정은 초기 3나노 미세공정보다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한 기술로 향후 TSMC의 주력 파운드리 공정으로 활용된다.

TSMC는 해당 공정의 반도체 성능과 생산 수율이 이미 자체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다며 성과를 자신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선보일 N3P, N3X, N3AE 등 신기술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공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적용 분야가 다변화되고 성능과 전력효율도 모두 소폭 개선된다.

TSMC가 현재 고객사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3나노 공정은 대부분 애플이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15 및 맥북 등 제품에 탑재하는 프로세서 제조테 할당된다.

자연히 퀄컴과 엔비디아, AMD 등 다른 고객사의 첨단 시스템반도체는 N3E 또는 후속 공정을 활용해 대부분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술 심포지엄에서 TSMC가 N3E를 비롯한 차세대 공정을 홍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인 것도 이러한 공정 기술이 앞으로 실적에 큰 비중을 차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TSMC는 4월부터 미국과 대만, 유럽과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현지 고객사들에 파운드리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시기 전 세계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진행하며 앞으로 도입할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계획을 예고하고 있어 두 경쟁기업 사이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TSMC가 3나노 공정의 우수성과 향후 발전 계획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은 삼성전자와 차별점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 선제공격, TSMC 3나노 업그레이드 공정으로 맞서

▲ 대만 TSMC가 일본 기술 심포지엄에서 3나노 업그레이드 공정 도입 계획과 구체적 기술 사양을 공개했다. TSMC 기술 심포지엄 전시장.

삼성전자는 TSMC의 일본 심포지엄이 열리기 며칠 전인 6월27일 미국 실리콘밸리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의 활용 계획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당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 2026년 고성능 컴퓨터, 2027년 자동차용 반도체로 2나노 공정의 적용 분야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2나노 기반 반도체가 현재 양산중인 3나노 공정보다 성능은 12%, 전력효율은 2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됐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한 발 앞서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사업 계획을 상세히 밝힘으로써 미래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2나노 기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3나노 공정에서 TSMC와 대결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TSMC보다 약 6개월 앞서 3나노 미세공정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아직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한 사례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물론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을 이미 3나노 고객사로 선점한 TSMC와 차이를 보인다.

TSMC가 3나노 공정의 다양한 파생 공정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 것은 이러한 고객사들의 반도체를 새 공정으로 위탁생산해 공급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술 심포지엄에서 TSMC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3나노 공정과 비교해 반도체 구동 성능은 최대 15%, 전력효율은 30% 높아질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더 구체적인 수준의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분간 TSMC는 사업화 시기가 임박한 3나노 업그레이드 공정,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적용하는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앞세워 고객사들에 홍보하는 기조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인텔은 2나노 기술을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선 2024년부터 선보인다는 계획을 두고 있어 시장 경쟁에 '다크호스'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