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이른바 ‘돌려막기’ 등 채권형 랩(Wrap) 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 거래행위를 집중점검해 위법사항을 적발한다.
금감원은 3일 채권형 랩·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를 집중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금융감독원이 채권형 랩 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과 관련한 위법사항 점검에 나섰다. |
채권형 랩·신탁의 계약기간은 일반적으로 3~6개월로 투자자들이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해 왔다.
금감원은 다만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쇄도했고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의 투자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점검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판매와 운용, 환매 과정 모두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판매과정에서는 투자목적과 자금수요에 맞는 편입자산과 예상수익률이 제시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
증권사들은 채권형 랩·신탁은 3~6개월의 단기 상품임에도 만기가 긴 자산을 편입하고 예상수익률도 높게 제시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는 법인 거액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해 왔다”며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만기가 장기(1~3년 이상)거나 유동성이 매우 낮은 기업어음(CP) 등을 상품에 편입해 설계·판매해왔다”고 설명했다.
운용과정에서는 고객과 1대1 계약으로 투자목적과 자금수요에 맞게 자산을 고르고 바꾸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는 특별한 운용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지속 보유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에는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
편입과정에서 증권사들은 고객이 환매를 요청하면 편입자산 매각이나 만기연장 등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등의 ‘돌려막기’ 관행으로 수익률을 보장해 온 관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변동상황에 따라 어떤 금융상품이든 손실을 입을 수 있는데 채권형 랩·신탁이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만기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고객 계좌 사이 연계‧교체거래로 만기가 도래한 고객손실을 다른 고객에 이전(유보)시켰다”며 “또는 증권사 고유자금으로 고객자산을 고가에 매입해줘 회사의 경영상 손실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점검을 마친 증권사 밖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로 선정해 업무 적정성을 점검한다.
금감원은 “고객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 및 준법감시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능을 높이겠다”며 “올바른 업무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