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에서 ‘맏형’이라고 불리는 김한조 은행장의 어깨가 무겁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면서 김 은행장은 최일선에 나서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세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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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조 외환은행장 |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세 차례에 걸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고용안정 등을 강력히 보장하겠다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 행장은 7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이제 더욱 속도감 있게 통합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은 통합”이라는 밝혔다.
김 행장은 지난 14일 “2.17 합의서가 영속적으로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직원의 고용을 보장해주는 종신보험계약서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오히려 조기통합 논의를 통해 직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더욱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17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 동안 보장한다는 내용을 문서를 말한다. 김 행장은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이유가 통합에 따른 고용불안이라고 보고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17일 “은행장으로서 자리를 걸고 사랑하는 후배들의 고용안정과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하고 직원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호소했다.
김 행장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노조의 반응은 냉담하다. 노조는 김 행장에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김 행장이 노조와 약속을 깨뜨리는 조기통합에 힘을 싣고 있는 데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행장은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 한 뒤 삼십 년이 넘게 외환은행에서 일했다. 현재 외환은행 임직원 중 가장 맏형이다. 외환은행에서 입행 후 재무, 인사, 투자은행 등 여러 부서에서 전문성을 쌓도록 하는 전통이 있지만 김 행장은 유독 다양한 부서를 거쳐 내부적으로 ‘마당발’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김 행장이 내부출신으로 오랜만에 외환은행 수장에 오르자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당시 외환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 선임으로 회사에 열심히 다니면 직원들에게도 기회는 온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부장 때부터 위아래와 소통을 잘하고 결정이 시원시원한 덕장 타입이라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노조원은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32년 외환은행맨이자 노조원들에게도 존경 받던 선배였는데 결국 하나금융지주 입장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그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2일 외환은행 사수 직원 결의대회를 열고 조기통합 논의에 대해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와 경영진의 2.17 합의서 위반에 노조까지 동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금융신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지난 3월 외환은행장에 오를 때 이미 조기통합을 위한 김정태 회장의 카드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김 행장이 외환은행 출신인 데다 은행 내부에서 마당발로 꼽혀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최적의 카드로 김 회장이 선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행장은 지난 18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지금이 조기통합 적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노조와 계속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아직 노조가 협상테이블에 나온 것은 아니고 반발이 심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이 조기통합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의 반발을 잘 무마해 성공적으로 조기통합을 이끌어 낸다면 통합은행의 초대 은행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아 더 이상 은행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행장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밀려 조기통합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김 행장에게 양날의 칼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의 불안과 반발”이라며 “통합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다룰지가 통합은행장을 선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