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야권은 선거의 촤대변수로 꼽히는 후보단일화를 놓고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당대당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당은 야권단일화의 ‘골든타임’은 지나갔다고 선언하며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탓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새누리당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면서 막판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김한길 “당 차원의 야권연대 없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야권연대를 (정의당과) 당 차원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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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주승용 사무총장도 “당 대 당 차원에서 야권연대는 없다”고 김 대표와 같은 의견을 내놨다. 주 총장은 그러나 “다만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지역은 아마 지역민들의 민심에 따라 후보별로 (단일화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자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야권연대 제안을 새정치연합이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야권연대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구별 (단일화) 협상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21일 투표용지가 인쇄되는데 (용지 인쇄 뒤 후보 단일화를 하면) 4~5% 사표가 생긴다”고 말했다.
전국 15곳의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서울 동작을과 경기 수원 정 두 곳이다.
동작을의 경우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 맞설 야권 후보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 등 4명의 야권후보가 난립해 있다. 수원정 선거구에서도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의 단일화 성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9일과 10일 동작을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후보는 51.9%를 얻어 기동민 22.3%, 노회찬 14.1%에 비해 크게 앞섰다. 야권 두 후보가 단일화해도 나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반 판세이고 나 후보의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나온 조사결과이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우선 단일화를 통해 접전양상으로 몰고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정도 마찬가지다. 경인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수원정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가 30.9%,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가 30.4%로 나타나 두 후보의 차이가 불과 0.5%포인트로 초박빙 접전상황이다. 이런 접전 속에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7.4%를 얻어 야권 단일화를 이룬다면 낙승을 예상할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야권단일화 실패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경우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은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의 잇단 인사실패 이후 야권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에서 패하면 전략공천 논란과 맞물려 두 공동대표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시각도 엇갈린다.
송호창 전략기획위원장은 21일 “선거에 임박해 선거 때가 돼서 표를 달라, 지분 나누기를 하자는 식의 야권연대는 이제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지형을 왜곡하는 방식의 야권연대는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모두가 다 인정하는 가운데 지금 상황에서 야권연대라고 하는 방법이 정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있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은 이날 “나는 야권이 운명적으로 연합연대하지 않으면 거대한 여권에 승리할 수 없다는 신념을 품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연합연대를 해야 된다, 단일화 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 단일화 빗장은 아직 열려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과 당 차원의 연합에 거리감을 둔다고 해도 막판 선거판세에 따라 선거구에서 단일화 가능성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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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
서울 동작을과 경기 수원정 선거구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한 선거구씩 양보하는 타협안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을 주고 받느냐의 문제는 후보 경쟁력과 선거구의 상징성 등을 놓고 볼 때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누구도 확신을 못한다.
당장 동작을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캐릭터와 정치사상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섣불리 단일화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노회찬 정의당 부호도 "양보하러 출마한 게 아니다"라며 "새정치연합이 양보하지 않으면 나는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동작을은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한 데다 서울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단일화 협상에서 정의당에 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수원정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1일 "당과 당이 나서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거나 연대를 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이 갈망하는 단일화라면 그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지도에서 정의당 천호선 후보에 앞서는 자신감을 토대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야권 단일화가 윤곽을 드러내지 않자 새누리당은 느긋한 모습을 보이면서 막판 단일화를 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야권연대를 “말이 좋아 야권연대이고 단일화이지, 거물급 정치인과 정치신인이 있으면 결국 신인이 양보하지 않느냐, 신인을 죽이는 거다”라며 “이런 식이라면 정당 합치기를 하는 게 더 떳떳할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