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기자 eesoar@businesspost.co.kr2023-06-28 15:51:0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MZ향의 새로운 시도를 강조해왔는데 팝업스토어 활용 전략이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가 집객은 물론 매출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백화점이 올해 5월에 열었던 '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에서는 굿즈 43종을 판매했다.
27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에는 MZ세대 관심을 끌기를 원하는 기업들로부터 팝업스토어를 열겠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더현대 서울이 연 팝업스토어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명품 주얼리 '티파니', 영화 '아바타', 인기 캐릭터 '잔망 루피',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 걸그룹 '뉴진스'와 '블랙핑크', 가수 '영탁', 현대차 '아이오닉 6' 등등. 영역도 패션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등 산업군을 가리지 않는다.
개점 후부터 약 두 해 동안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개수만 300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는 기존 백화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대표한다. 이것이 성공한 것"이라며 "더현대 서울이 MZ세대를 대표하는 백화점이다보니 이들 타깃의 팝업스토어가 이어지면서 MZ들의 주목을 끄는 일종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팝업스토어의 가장 큰 역할은 집객 효과다.
지난 5월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11일부터 2주 동안 진행한 웹툰 '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에 1만5천 명이 방문했다. 첫날 2천 명이 오픈런 대기줄을 만들 정도였다.
2월25일부터 2주 동안 열린 트로트 가수 영탁의 팝업스토어에도 1만5천 명가량이 방문했다. 이 스토어엔 지방에 있는 팬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찾아오기도 했다.
그보다 앞선 1월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도 데못죽이나 가수 영탁만큼은 아니지만 방문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오픈런은 당연했고 일주일 동안 모은 방문객만 5천~6천 명가량이었다.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 흥행은 김형종 대표의 MZ세대 니즈를 반영한 매장 콘셉트 전략이 적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더현대 서울 개점 프로젝트 실무를 맡아, 매장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리테일 테라피'를 내세워 절반의 공간을 고객에게 내주는 공간의 혁신을 통해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 대표는 MZ세대를 겨냥해 "지하 2층을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 채우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MZ세대 지향을 분명히 한 더현대 서울은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팝업스토어가 MZ의 발길을 끄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MZ세대들은 팝업스토어 일정과 장소를 알려주는 별도 앱까지 이용할 정도로 팝업스토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은 MZ새대의 취향에 맞춰 팝업스토어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운영기간도 짧게 잡았다. 통상 일주일, 길어야 2주일 정도다. 그럼에도 인기가 높은 팝업스토어에는 'N차 방문'을 하는 젊은 고객도 상당한 것으로 현대백화점은 파악하고 있다.
▲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 성과는 김형종 대표이사의 MZ세대 니즈를 적극 반영한 매장의 콘셉트 전략이 요인으로 꼽힌다.
팝업스토어는 더현대 서울의 매출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
팝업스토어 매출은 브랜드와 단기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데 팝업스토어 한 곳이 올리는 매출은 '억 소리 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가수 영탁의 팝업스토어가 올린 매출은 9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데못죽은 4만 원대 향수와 인형, 2만 원대 담요 등 43종의 굿즈를 단독 판매했는데, 방문객 1인당 10개 이상의 굿즈를 쓸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방문객 수를 따지면 최소 10억 원 대 이상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인기 팝업스토어 경우 객단가도 상당하다.
최고 '인기작'인 데못죽 팝업 스토어의 1인 당 평균 구매 금액은 수십만 원가량으로 알려진다. 올해 1월26~2월7일 기간 진행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도 2월10~22일 연 더현대 대구 팝업스토어까지 포함해 매출 17억 원을 올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기 스토어 경우 개별 팝업스토어 매출만 보면 수 억 원대로 매출이 높다"며 "다만 더현대 서울이 매출 1조 원대 백화점이다보니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가 거의 백화점 식품관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매출 수준은 3개 팝업 전용 존을 두고 있는 지하 2층 전체 매출의 30~40%선, 더현대 서울 전체 매출의 약 10%선으로 본다. 다시 말해 더현대 서울 매출이 약 1조 원대(9700억 원)라면 1천 억원가량이 팝업스토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팝업스토어의 기여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다른 매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인 복합쇼핑몰 경우 문을 열면 모이는 사람들의 10%가량은 음식점, 옷 가게 등 주변 점포를 이용한다"며 "상품 등이 다양하고 맛집이 많은 경우라면 최대 30%까지 이용한다"고 했다.
이어 "약 1만5천 명이 팝업스토어로 모인다면 더현대 서울은 맛집 등도 많으니까 최대 4500명가량은 먹고 사고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여기에 팝업스토어 아이템이 많아서 동선이나 시간 확보(체류 시간)가 잘 된다고 하면 주변 점포를 이용하는 금액은 높아진다"고도 했다.
더현대 서울 입장에선 고정적인 매장 운영에 비해 드는 비용도 적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는 정식 매장과 달리 여러 모로 비용이 덜 든다. 운영비 자체가 거의 안 든다고 보면 된다"며 "치고 빠지는 식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동안 이런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 성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팝업 전용 존을 갖춘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뿐 아니라 층마다 열면서 6월 현재도 하루 평균 60개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