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보험 리스크 높여", 미국 주택보험 판매 중단 늘자 정책 대안 필요

▲ 미국 각 지역이 극단적 날씨 피해를 입으면서 주요 보험사들이 플로리다주 등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한 주를 중심으로 주택보험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사진은 5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새니벨섬에 위치한 한 모텔 앞에 설치된 퍼포먼스 작품으로, 해골 모형과 함께 '보험을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플로리다주는 2022년 강력한 허리케인 '이안'이 남긴 피해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보험사들이 극단적 기후현상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규모의 주택보험금을 지급하다가 사업 위기를 겪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험 리스크’ 대응에 필요한 정책 대안으로 산불 데이터 업데이트와 공공 주택보험 확대 그리고 거주민 이주를 제시했다.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보험회사 스테이트팜과 올스테이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신규 주택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수 년 동안 벌어진 대규모 화재가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을 증가시켜 신규 가입자를 받는 데 지장을 줬기 때문이다.

스테이트팜은 2022년에 매출액 890억 달러(약 115조9746억 원)로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 순위  44위에 올랐다. 올스테이트도 포천 기업 순위에서 84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험사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보험사들마저 극단적 기후현상이 가져오는 보험 리스크를 피하고자 사업을 축소한 것이다. 

그 외에도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덮친 후에 최소 7개의 보험사가 파산했다. 잦은 허리케인 피해를 겪는 플로리다주에서도 주요 보험사들이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주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주택보험이라는 최소한의 거주 보호장치조차 활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재무부 산하 연방 보험청이 현지시각으로 27일에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정부 또한 ‘보험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보험사가 계속해서 특정 주에서 신규 보험을 받도록 유인하는 20여 가지의 정책 제안을 담았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는 보험사들이 신규 보험을 받거나 특정 주에서 사업을 진행할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미국 행정부는 기업의 결정을 바꾸기에는 제한적인 권한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주 거주민들에도 보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직접 제시했다. 

우선 캘리포니아주에는 산불이 잦아진 현실을 반영해 화재 예측 모델을 업데이트 할 것이 요구됐다. 

캘리포니아주 보험사는 고객의 화재 보험료를 조정하려면 화재 예측 모델을 근거로 주 보험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은 1988년에 통과된 캘리포니아주 주민발의(Proposition 103)에 규정돼 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사 관계자들은 화재 예측 모델이 너무 오래됐다며 최근의 잦은 산불 빈도를 반영하도록 주정부에 촉구해왔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극단적인 화재 발생 빈도를 가지고 모델을 만들어서 보험료를 부당하게 올릴 것을 우려해 해당 내용을 반대하고 있다. 

두 번째 대안은 보험 가입이 어려운 지역 거주민을 대상으로 주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주택보험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미국 32개 주에서 ‘페어 플랜(FAIR Plan)’이라는 명칭으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페어 플랜 가입자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페어 플랜과 같은 공공보험 제도 또한 보험이 제공되는 지역을 기후위기에 취약한 곳으로 낙인찍는 부정적 효과를 수반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캘리포니아 기후보험 실무단의 부회장 캐롤린 카우스키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페어 플랜은 해당 지역이 거주하기에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주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마지막 해결책으로는 기후 위기가 빈번한 지역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 소개됐다. 

극단적인 기후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지역 부동산을 정부 차원에서 매입하고 거주민들의 이주를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이 방안 역시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로비 가능성과 지역 주민이 거주지를 옮기면 남겨진 기업에 피해가 미친다는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부동산과 금융을 가르치는 벤자민 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기후변화가 빈번한 지역 주민일수록 보험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의) 해결책들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로도 쉽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