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선보이는 미세공정 위탁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TSMC가 공개한 3나노 파운드리 웨이퍼. < 연합뉴스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2025년 도입하는 2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파운드리 가격을 웨이퍼당 2만5천 달러(약 3265만 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 공정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비용을 반영하는 한편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강력한 지위와 가격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TSMC가 새로 선보이는 미세공정 반도체의 위탁생산 단가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처음 도입된 5나노 파운드리 단가는 웨이퍼 1장당 약 1만4천 달러, 2022년 양산을 시작한 3나노 파운드리 가격은 웨이퍼당 2만 달러로 추정된다.
톰스하드웨어는 조사기관 인포메이션네트워크의 분석을 인용해 2025년 생산을 시작하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는 웨이퍼당 단가가 2만5천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이 발전할수록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은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새 공정을 상용화하는 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생산 수율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톰스하드웨어는 TSMC가 7나노 공정 개발에 들인 비용이 3억 달러 안팎인 반면 5나노 기술에는 5억4천만 달러, 3나노에는 15억 달러의 연구비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따라서 TSMC가 새로운 공정을 처음 선보일 때마다 파운드리 가격을 점점 더 높게 책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의 첨단 반도체공정 단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공산이 크다.
다만 파운드리 단가는 고객사와 위탁생산 물량, 반도체 설계 등 변수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요소다.
특히 애플과 같은 TSMC의 최대 고객사는 단가 협상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차세대 프로세서에 TSMC의 2나노 미세공정 도입을 확정하고 다른 고객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애플은 이미 올해 생산되는 TSMC 3나노 반도체 물량의 약 90%를 선점할 정도로 막대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를 책임지고 있다.
새 공정기술 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량의 물량 공급을 약속하는 계약을 통해 위탁생산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애플이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사실상 독차지하는 구조는 다른 고객사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TSMC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놓이도록 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결국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가격을 대폭 높이기로 한 배경에는 이러한 상황에 따라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게 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TSMC의 반도체 생산공정 사진. < TSMC > |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내년부터 기존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 단가도 최대 6%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내년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시스템반도체 가격은 대만 내 공장보다 20~30%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TSMC가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보적 기업으로 자리잡은 데다 미국 공장 투자에도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가격을 높이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현재 애플과 미디어텍 등 주요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기업의 반도체는 물론 엔비디아와 AMD의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는 모두 TSMC의 파운드리에서 생산되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TSMC를 따라잡았지만 아직 대형 고객사의 위탁생산 물량 수주에는 비교적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 고객사 입장에서는 다른 반도체 설계기업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활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환경이 TSMC의 경쟁우위 강화로 이어지면서 파운드리 단가 인상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 마찬가지로 2025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해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확보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바일과 인공지능 등 고성능 컴퓨터, 자동차용 반도체 등 분야에 해당 공정을 제공하며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우선 3나노 등 현재 양산체계를 구축한 미세공정 기술로 대형 고객사의 수주 실적을 확보해 입지를 키우는 일이 우선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같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기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수익성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