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가치가 희석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로 인한 자금조달이 중장기적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단기 주가 변동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CJCGV 주가 유상증자 '찬바람', 보유냐 손절이냐 추격매수냐

▲ 27일 CJCGV 주가는 유상증자 결정 이후 5거래일 연속 내리면서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7일 CJCGV 주가는 전날보다 2.04%(200원) 낮은 9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사상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보다 2.45%(4200원) 낮은 16만7300원에 장을 닫았다. 역시 3거래일 연속 주가가 내리고 있다. 

두 기업은 최근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상증자란 새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1주당 지분가치가 줄어들어 기존 주주에게는 악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한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던질 수 있고, 신주 상장 이후 대량 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만큼 오버행(잠재 매도가능 물량)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다. 

다만 모든 유상증자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갈리곤 한다. 기업이 신규사업, 설비자금 등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경우 신사업 기대감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 추진된 유상증자는 조달한 자금이 빚을 갚는 데 쓰일 예정으로 전해지면서 기업 재정 상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CJCGV는 20일 전부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기준 CJCGV의 시가총액을 4577억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유상증자 이후 개별 주주의 지분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5700억 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4500억 원은 같은 CJ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워크를 통해 현물 출자한다. 

이 가운데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금의 82.5%에 해당하는 4700억 원이 빚 상환과 운영에 쓰인다. CJCGV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이후 5거래일 간 33.9% 급락하며 상장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지주사 CJ도 같은 기간 주가가 10.5% 내렸다.
 
SK이노베이션 CJCGV 주가 유상증자 '찬바람', 보유냐 손절이냐 추격매수냐

▲ SK이노베이션 주가도 27일 기준 유상증자 공시 이후 2거래일 연속 내렸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23일 1조1777억 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가총액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때 유상증자 금액의 29.7% 가량이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에 사용된다. 그 외로는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미래사업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공시 다음날 6% 넘게 급락한 이후 이날에도 2%대 약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으로 두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CJCGV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유상증자 규모가 큰 만큼 주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시장은 극장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유상증자의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함께 주가가 하락한 지주사인 CJ에 대해서는 최근 하락폭이 과했다는 의견도 있다. CJCGV보다 CJ 시가총액이 더 크게 줄어드는 등 단기 주가 하락폭이 크다는 것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의 경우 CJ올리브영 호실적에 따른 배당 상향여지가 충분하며 CJ 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 현실화라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며 “또한 이틀 동안 CJ CGV의 시가총액이 346억 원 줄어든 데 비해, CJ 시가총액이 922억 원 감소하는 등 주가 하락폭이 다소 과도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내려 잡고 있다. 중장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신규산업 투자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내리고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내렸다. 강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미래 성장산업 투자는 긍정적이나 그 효과가 반영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신규산업 투자 성과반영을 통한 주가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SK이노베이션은 부채상환과 장기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투자의 경우 짧은 시일 안에 수익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이를 자체 이익 창출에 기반한 재원이 아니라 주주지분 희석을 통한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