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공격기 FA-50 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글로벌 방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세계 최대 방산 시장 미국에서 5년 전 실패를 딛고 최초로 완제기를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어 재도전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AI 완제기 수출 기세 올려, 강구영 100조 규모 미국 훈련기 수주 노린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세계 최대 방산 시장 미국에 최초로 완제기를 수출하려고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강구영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


26일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 참가해 글로벌 항공기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6월19~25일(현지시각) 열린 파리에어쇼에 참석해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를 비롯해 중동, 남미 등과 수출 상담 활동을 펼쳤다.

강 사장은 올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IDEX 2023'을 시작으로 5월 말레이시아 'LIMA 2023'과 6월 부산 'MADEX 2023'에 이어 프랑스 '파리에어쇼'에 직접 참석해 완제기 수출을 위한 전방위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최근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서 경공격기 FA-50의 연이은 수출 행보로 글로벌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강 사장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방산전시회 'LIMA 2023'에 참석해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FA-50 18대 수출에 대한 최종계약식을 진행했다. 모두 9억2천만 달러(약 1조2천억 원) 규모다.

말레이시아는 FA-50과 동일 기종 18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어 수출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로써 FA-50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4개국 수출에 모두 성공해 동남아시아 지역 협력체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강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폴란드 군비청과 FA-50 전투기 48대 수출 이행계약을 맺으며 첫 유럽 시장 진출을 달성했다. 계약규모는 30억 달러(약 4조 원)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설립 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폴란드형 FA-50은 올해 7월까지 비행시험을 거쳐 8월 첫 납품을 시작하는데 올 연말까지 모두 12대가 우선 납품된다. 나머지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해 성능 개량 버전인 FA-PL(폴란드) 형상으로 2025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납품한다.

강 사장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과거 수주에 실패했던 미국 훈련기 시장을 다시 한번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강 사장은 "앞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먹거리는 미국 시장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 훈련기 노후화로 인해 미국 해군은 고등훈련기 교체사업(UJTS) 및 전술훈련기 교체사업(TSA)을, 미국 공군은 고등전술훈련기 교체 사업(ATT)을 2024~2025년에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업규모는 미 해군 약 220대, 미 공군 약 280대로 모두 500대를 넘어선다. 금액으로는 20~25조 규모로 후속사업까지 포함하면 100조 원에 이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FA-50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전 세계 고등훈련기 및 경전투기 시장에서 50%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고등훈련기 T-50에 레이더와 무장시스템을 추가한 전술입문훈련기 TA-50을 UJTS에, FA-50 개량형을 TAS와 ATT에 입찰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에 납품하려는 기종의 기반이 되는 T-50은 록히드마틴과 함께 1997년부터 2006년까지 2조 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다.

T-50은 고도 4만 피트(약 1만2천m) 상공에서 마하 1.5(초속 360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초음속 전투기를 운용하는 미군 조종사를 양성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T-50은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16을 원형으로 하고 있어 미군에서도 운용비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T-50에 전술데이터링크, 정밀유도폭탄, 보호장비를 추가로 장착하면 경공격기 FA-50으로 운용할 수 있다.

지난해 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폴란드가 FA-50 수입을 결정한 데도 호환성이 높은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8년 미국 공군의 노후화된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APT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록히드마틴과 협력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사업예정가의 절반이 조금 넘는(92억 달러) 금액으로 초저가 공세를 펼친 보잉-사브 컨소시엄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에는 경쟁의 새판이 짜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우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5월 열린 '2023 상반기 항공우주전문가 포럼'에서 "미국 해군은 심각한 조종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데다 훈련기 노후화가 심각해 미국 해군과 공군은 '납기'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는다"고 짚었다.

올해 초 미국 해군이 UJTS를 위해 보낸 정보제공요청(RFI)를 보면 사업의 중요도를 일정-비용-성능 순으로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최근 FA-50 출고 기간을 크게 줄이고 있어 최초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7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을 열었다. 지난해 9월 계약을 맺은 뒤 8개월 만에 출고에 성공해 역대 최단기간 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2018년 APT 사업을 따낸 보잉은 현재 납기 등에 대한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 사장은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수주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내년부터 미국 시장 수출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AI 완제기 수출 기세 올려, 강구영 100조 규모 미국 훈련기 수주 노린다

▲ 5월23일 LIMA 2023에서 열린 FA-50 최종계약식에서 (왼쪽부터)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다토시리 뮤에즈 말레이시아 국방사무차관, 다토시리 아스구아 고리만 말레이시아 공군총장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산업>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집트와 경공격기 FA-50 36대 수출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2차 사업으로 이어지면 수출 물량이 100대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UAE는 계획협상 대상국인 이집트와 달리 비계획적 수출계약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FA-50으로 수주 성과를 거두면 내년 미국에서 수주경쟁력을 높이는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방위산업 입찰에서 철저한 자국우선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난 APT사업과 비교해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최초 미국 시장 진출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6월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력 수준을 전략적 관계로 끌어 올리고 T-50계열 항공기 1천 대 이상을 판매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재우 교수는 "T-50과 FA-50은 검증된 항공기로서 조기전력화가 가능하고 항공기 능력(무장) 면에서 경쟁기종을 압도한다"며 "한국산 이미지보다는 록히드마틴이 생산한 미국산 비행기라는 전략으로 미국 해군 및 공군에 다가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