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제1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 |
[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의 성공적 자금조달을 통해 배터리사업에서 도약할 채비를 갖췄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배터리사업 자금조달 우려를 떨친 뒤 곧바로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결단을 내리며 자체 친환경사업 성장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25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온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이 20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하며 지금껏 이어져 온 재무 관련 우려를 떨치고 확실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의 자금조달 문제는 지난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SK온은 지난해 초부터 재무적투자자를 대상으로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유치 등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2021년 12월 SK온 각자대표이사에 오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 역량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외 공장 가동 초기 수율(양품 비율) 문제에 따른 낮은 수익성 탓에 상장 전 지분투자금 목표 4조 원 달성에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만 SK온 점차 안정화한 수율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지원 의지 등을 기반 삼아 목표 금액을 넘는 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SK온은 8일 주주간 계약을 통해 싱가포르 기반 재무적투자자들과 53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보면 SK이노베이션(약 2조 원),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약 1조2천억 원), MBK컨소시엄(1조500억 원), SNB캐피탈(약 1900억 원) 등의 투자를 합쳐 모두 4조9700억 원을 상장 전 지분투자 명목으로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SK온은 포드와 미국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SK)가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최대 11조8천억 원에 이르는 정책자금 차입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확보한 유로본드 1조2천억 원, 차입금 2조 원까지 더하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SK온은 19조97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블루오벌SK의 정책자금 승인 이전인 15일 SK이노베이션 분석 보고서를 통해 “SK온은 상장 전 지분투자 등 모두 8조 원가량의 투자재원을 확보해 향후 투자 집행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김준 부회장은 SK온이 20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뒤 곧바로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핵심으로 거듭난 배터리사업이 재무적 측면에서 도약의 채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자체 친환경사업에 가속페달을 밟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23일 이사회에서 1조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확보한 자금은 시설자금(4185억 원), 채무상환자금(3500억 원), 타법인증권취득자금(4092억 원) 등으로 쓰인다.
김 부회장은 유상증자 공시 뒤 주주서한을 통해 “친환경(그린)사업 전환 가속화를 위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 개발과 연구개발(R&D)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 부회장의 발표처럼 미래 에너지 영역에서 자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SK그룹 중간지주회사로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맡은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배터리사업(SK온)과 석유개발사업(SK어스온)을 물적분할하는 것을 끝으로 모든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순수지주회사 형태를 갖췄다. 이후 성장동력을 찾는 친환경사업 투자 및 연구개발에 집중해 왔다.
김 부회장은 2021년 9월 배터리 및 석유개발사업 분할 안건이 통과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업을 (친환경으로) 전환해서 가치를 창출할 방안 모색은 SK이노베이션이 주도할 것”이라고 SK이노베이션의 향후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순수지주회사 전환 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다양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순수지주회사 형태를 갖춘 뒤 진행한 투자를 보면 우선 SK그룹 지주사 SK와 함께 미국 소형모듈원자로기업 테라파워에 7억5천만 달러(약 1조 원) 투자가 있다. SK이노베이션, SK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테라파워의 글로벌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한다.
수소·암모니아 분야에서는 미국 스타트업 아모지에 모두 8천만 달러(약 1천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아모지는 수소와 질소의 화함물인 암모니아를 연료전지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분리막 가스기업 에어레인에 투자해 분리막을 이용한 탄소포집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에너지기업 펄크럼바이오에너지에도 지분을 투자해 폐기물 가스화를 통한 순환경제 구축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미국 솔리드파워와 협력을 통한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 성일하이텍과 진행하고 있는 폐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 등은 기존 배터리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주주서한에서 “유상증자 외에도 자산 효율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지속적 친환경 전환에 의지를 보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