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에도 태양광은 결국 중국이 지배", 국제석학 앨리슨 교수 분석

▲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가 2018년 9월 뉴욕에서 열린 미국 비영리단체 TED의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Ryan Lash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 등 친환경산업 주도권을 얻으려 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의 지배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석학의 분석이 나왔다. 

그는 국민의 생존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22일(현지시간)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이 갖춘 태양광산업 지배력은 서구에 어려운 선택지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 등을 지낸 앨리슨 교수는 국제 안보와 군사 정책 전문가이자 국제정치학계의 석학으로 꼽힌다. 1940년생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초대 학장을 지냈다.

그는 "앞으로 태양광산업이 성장할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을 근거로 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3년 태양광 에너지와 관련한 투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석유생산 관련 투자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2022년 기준 중국은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79%, 태양광 셀 생산의 86%, 잉곳 및 웨이퍼 생산의 97%,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올해 세계에서 생산될 대부분의 태양광 제품은 단 한 국가(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도 중국의 태양광산업 지배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태양광 등 친환경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략이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2012년부터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에도 중국의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태양광 제품 생산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태양광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며 “전체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전략이 태양광산업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단순히 친환경산업 육성 목적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가치사슬에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이 태양광산업과 함께 전기차산업에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실려 있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주요 동맹국이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반입할 수 없도록 수출규제를 시행하는 등 주요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초대형 태양광 웨이퍼 생산기술의 수출 제한을 고려하는 등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친환경 분야에서는 미국이 쉽게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들고 이는 미국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이런 인식이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지만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다른 녹색 기술에서와 마찬가지로 태양광에서도 서구권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진실은 녹색기술 분야에서 서구권이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서구권) 국가의 지도자들은 경쟁의 필요성과 함께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여전히 태양광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2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인도 태양광 제조업체 비크람솔라는 미국 사모펀드 및 투자개발회사와 합작기업을 세우고 내년 콜로라도 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에 최대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합작법인의 이름은 VSK에너지다.

VSK에너지는 내년부터 미국 콜로라도주 브라이튼에서 연간 2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태양광 셀과 웨이퍼 및 잉곳을 생산하는 공장도 건설한다. 이 공장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장의 위치 등 세부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 뒤 자국의 퍼스트솔라는 물론 한국 한화솔루션과 OCI 등 세계 각국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미국 내에 태양광 산업 생태계(value chain)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태양광 부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한 태양광 모듈에는 와트(W)당 7센트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태양광 모듈 앞단의 폴리실리콘은 킬로그램(kg)당 3달러, 잉곳·웨이퍼는 제곱미터(㎡)당 12달러, 셀은 와트(W)당 4센트의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