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AI '열풍'에 TSMC ASML 소외, 수요대응 늦어 수혜 거두기 어려워

▲ 글로벌 반도체주가 인공지능 열풍에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일부 업체는 소외되고 있다. 사진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주력상품 'H100'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를 필두로 글로벌 주요 반도체주에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두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요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어 당분간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와 ASML의 최근 주가 상승폭이 다른 기술주 및 주요 반도체기업과 비교해 부진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증시에 상장된 TSMC 주가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28%, 유럽증시에 상장된 ASML 주가는 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약 201%, AMD 주가는 73% 안팎으로 올랐다. 주요 반도체 관련기업들 사이 주가 상승폭에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는 챗GPT의 등장이 촉발한 대형 IT기업들의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에 최대 수혜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서버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AMD 역시 시장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반도체 공급을 크게 늘리며 수혜를 보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인공지능 반도체는 모두 TSMC의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에서 독점적으로 생산된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TSMC와 ASML이 모두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주가 상승폭이 비교적 부진한 이유로는 수요 대응 능력의 한계가 지목된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반면 TSMC와 ASML 모두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사업 체계를 갖춰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증권사 번스타인의 보고서를 인용해 TSMC가 엔비디아 반도체 위탁생산으로 거두는 연매출 증가 효과는 5%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해당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TSMC의 패키징 공급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소시에터제너랄은 ASML의 경우 2025년 이전까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ASML의 EUV 장비가 이미 수요 대비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투자 증가에도 수혜폭을 더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5년에도 ASML이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보게 될 연매출 증가폭은 3%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인공지능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상승폭도 기업별로 점차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공산이 크다.

투자기관 딥워터에셋매니지먼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TSMC 주가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측면의 요소도 반영되어야 한다”며 부정적 시각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