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가게 소년'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 오징어게임 우영우에 반했다

▲ 비디오대여점에서 일하던 소년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10대 시절 동네 비디오대여점에서 일하면서 낮에는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손님들을 응대했던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손님이 즐길만한 영화나 전혀 예상 밖의 영화를 추천하는 것에 큰 설렘을 느꼈다.

그 소년은 자라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초 넷플릭스 공동 CEO가 된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에 23년째 몸 담고 있다.

넷플릭스는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테드 서랜도스는 20일 한국을 방문했다. 테드 서랜도스가 한국을 찾은 것은 최고콘텐츠책임자로 재직하던 2016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2020년 7월 넷플릭스 CEO 자리에 오른 이후 첫 방한이다.

테드 서랜도스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의 위상 때문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이 연이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넷플릭스에서 한국 시장이 가지는 의미가 커졌다.

기자 간담회 인사말에서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 CEO로 일하면서 도움이 되고 있는 어린 시절 경험에 대해 말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비디오대여점에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교훈 하나를 배웠다. 사람들은 다양한 취향을 가졌다는 점이다. 

테드 서랜도스는 자신이 넷플릭스에서 하는 일은 비디오대여점에서 손님들에게 영화를 추천하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차이가 있다면 10대 시절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규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 개 나라에서 2억3300만 개 유료구독 가구에게 30개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넷플릭스가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 정도 다양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넷플릭스도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해외로 수출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전 세계 다양한 작품들에 투자했다.

넷플릭스와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나라들 가운데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는 “좋은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탄생하고, 어디에서나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믿음을 그 어떤 나라보다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 가운데 60%가 한 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 지난 4년 동안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 시청 횟수는 무려 6배가 증가했다.

테드 서랜도스의 ‘K-콘텐츠’에 대한 사랑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약속으로 이어진 바 있다.

테드 서랜도스는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넷플릭스 경영진을 만났을 때 3조 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과 쌓아온 파트너십에 대한 믿음과 확신 때문이다.

테드 서랜도스는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한국과 이룬 파트너십은 겉핥기에 불과할 정도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이 넷플릭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말했다.

테스 서랜도스는 “한국은 대단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진 나라로 역사를 반영하면서도 패션, 음식, 문화 등 모든 것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며 “이런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K-콘텐츠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고 시청자들은 한국 작품 속 아름다운 공간, 예측불가한 이야기에 마음을 뺏긴다는 것이다.

테드 서랜도스는 하나의 예로 자신의 아내를 들었다. 테드 서랜도스의 아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팬이다. 아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져들고 나서 다른 한국 콘텐츠들도 찾아보는 것을 보고 테드 서랜도스는 K-콘텐츠가 가진 힘을 느꼈다.

K-콘텐츠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테스 서랜도스가 꼽은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긍심이다.

테드 서랜도스는 “한국은 작품 창작에 있어서 오랫동안 위대한 성과를 거둬왔고 이것은 국민들의 자긍심과 직결됐다. 작품이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나라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며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등이 거둔 성과에 대한 자긍심과 창작자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 한국 콘텐츠가 가진 무기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내내 K-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지만 한국 구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계정공유금지제’ 한국 도입 시기에 대해서 테드 서랜도스는 오늘은 알릴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