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제기구의 인정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사업에서 실적 창출을 다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신사업 육성을 위해 조 단위 투자를 추진하는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이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경우 투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사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공급 기대감 살아나, 2조4천억 투자 마중물

▲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계기로 글로벌 백신 공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 직원이 스카이코비원을 살펴보고 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에 등재되면서 글로벌 백신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코비원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은 이미 1년이 다 된 일이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국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를 받았다. 다만 국내에서는 사업적 성과가 부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기존 백신들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중저개발국가가 많아 스카이코비원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상은 스카이코비원이 지닌 장점에 기인한다. 스카이코비원은 기존 백신에 장기간 활용돼 안전성이 입증된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됐다. 또 2∼8도 냉장 조건에서 보관이 가능해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mRNA 백신보다 유통이 편리하다.

냉장 유통에 대한 의존이 덜하다는 것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최근에는 더욱 중요한 특징이다. 현재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은 대부분 mRNA 백신인데 유통망이 미비한 중저개발국가에서는 mRNA 백신에 접근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오리지널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도 변이 바이러스 대응 능력을 갖춘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임상1/2상 연구를 통해 스카이코비원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BA.1’에 관해 면역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변이 ‘XBB’, ‘BN.1’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WHO가 5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한 것과 별개로 백신 접종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지속해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감염과 사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WHO에 따르면 비상사태가 해제된 시점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3분마다 1명씩 죽는 수준의 사망률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WHO는 XBB 변이 등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 및 접종을 권고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생후 6개월 이상인 모든 사람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스카이코비원의 글로벌 공급이 주목받는 이유로 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사업으로 급성장했으나 요사이 위탁생산 수요가 줄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조4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업 인수합병,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육성, 글로벌 백신 생산거점 구축(글로컬라이제이션), 경기도 판교의 연구개발 거점 R&PD센터 건설과 경북 안동 백신 공장 증설 등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3년여 동안은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스카이코비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코로나19 특수’를 이끌어낸다면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중에도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사업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저소득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미 합성항원 등 비 mRNA 백신 접종 비중이 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스카이코비원의 점진적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