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6-19 14: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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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물(쉬운)수능’ 논란에 휩싸였다.
이 부총리가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다루면 안 된다는 요지의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학부모와 교육 일선 현장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난이도와 관련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6월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부총리는 ‘만 5세 입학’ 정책 혼선 논란으로 사퇴했던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성난 여론을 가라앉힐 후속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주호 부총리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교육부 수장으로서 수능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 존치’와 ‘공교육 과정에 없는 문제의 수능 출제 배제’ 등의 방침을 세웠다. 교육부는 당정 협의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21일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당정협의회 개최는 윤석열 대통령의 '물수능 발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자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논란은 이 부총리가 지난 15일 윤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수능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그 외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시작됐다.
2024년도 수능이 약 5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수능 출제 방향과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교육 현장에서는 난이도와 관련한 혼란을 우려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학교 수업이 아니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지시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수능 관련 지침 미이행 및 브리핑 혼선과 관련해 이 부총리에게 경고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교육부 대학입시 담당 국장이 경질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교육 현장 혼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 부총리는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몸을 낮추는 동시에 지난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방치했다며 화살을 돌렸다. 비난 여론의 화살이 자신을 넘어 윤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 특히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하셨음에도 신속하게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교육부 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소위 ‘물수능’이슈로 치환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공정한 수능은 결코 물수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지시 정정에도 수능 스타강사들까지 비판에 가세하는 등 물수능 논란을 둘러싼 여론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능 역사분야 인기 강사인 이다지씨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로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 더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수학영역 유명 강사인 현우진씨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 하나도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고 적었다.
이번 물수능 논란이 만5세 입학으로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례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말 박 전 부총리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발언 직후 박 전 총리가 ‘5세 입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교육 일선 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부모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결국 박 전 부총리는 만5세 입학 발표 열흘 만인 2022년 8월 여론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수험생과 학부모의 비난여론이 지속된다면 이 부총리의 거취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물수능 논란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이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에 있는 만큼 이 부총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능을 150일 앞두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자 그 책임을 교육부 장관에 떠넘긴다”며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주 69시간 노동 때도 문제가 불거지니 장관 탓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론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건 인사권자의 권한”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