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저번 영상에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신기술, GAA 이야기를 했다.  

이번 영상에서는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으로 앞서 있는 TSMC는 왜 3나노 공정에 GAA를 도입하지 않았는가, 삼성전자의 전략과 TSMC의 전략은 뭐가 다른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운드리 시장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파운드리 시장은 크게 8인치 파운드리 시장, 소위 구공정(레거시 공정) 시장과 12인치 파운드리 시장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가 TSMC와 싸우고 있는 시장은 12인치 파운드리 시장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2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특성은 최첨단 공정 기술력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특히 5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 시장은 대형 팹리스들이 앞다투어 첨단 공정이 필요한 설계도들을 내놓고 그 설계도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파운드리, 즉 삼성전자와 TSMC를 찾아다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초미세공정 파운드리가 전체 파운드리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시장의 파이는 대중 시장보다 작지만 2022년 3분기 기준 4나노와 5나노 초미세공정이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2%로 가장 크다. 6, 7나노가 18%로 2위, 12, 14, 16나노가 13%로 3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2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최첨단 공정, 초미세 공정 시장이 오히려 그 아래 공정의 시장보다 파이가 큰,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가 파운드리 기업 하면 삼성전자와 TSMC 둘만을 주로 떠올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 이렇게 중요한 ‘초미세공정’ 시장의 특성은 어떨까? 물론 반도체의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팹리스들이 요구하는 설계대로 얼마나 잘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된다.

아무리 반도체를 싸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팹리스의 설계대로, 팹리스가 원하는 물량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결국 이건 공정 기술력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그 기술력이 어느정도 되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기술력이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팹리스에게는 파운드리 업체의 기술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가장 유용한 방법이 바로 그 기업의 고객사를 보는 것이다.

세상이 TSMC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해주는 이유는 TSMC가 세계 최고의 팹리스들인 애플, 엔비디아, AMD의 반도체를 맡아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나노 시대에 이 싸움에서 한 번 패배했다. 퀄컴, 엔비디아 등의 대형 고객들을 TSMC에게 많이 빼앗겼다.

그리고 3나노에서도 현재로서는 많은 사람들의 삼성전자의 패배를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앞에서 이야기한 GAA기술이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과연 왜 TSMC는 3나노에 GAA를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매우 간단한 문제다. 3나노 공정으로 수주롤 맡기려는 대형 팹리스들이, 아직 GAA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에 민감하다는 팹리스들은 GAA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실제로 적용해서 생산해 본 사례가 없는 ‘신기술’이기 때문이다.

3나노에서 삼성전자가 GAA공정을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세계 최초다. 팹리스로서는 제대로 된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을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TSMC로서는 핀펫공정으로도 3나노급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들의 주문을 받아서 생산하는 사업이고, 팹리스들이 ‘신기술을 사용했지만 안정성이 낮은 파운드리’와 ‘기존 공정을 사용해서 안정성이 높은 파운드리’ 가운데 어디를 선택할지 생각해보면 TSMC의 전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GAA공정을 도입한 것일까?

이는 ‘매를 먼저 맞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2나노부터는 반드시 GAA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3나노에 GAA공정을 도입해 경험을 쌓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TSMC 역시 2나노부터는 핀펫공정이 아니라 GAA공정으로 생산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면 2나노부터는 완전히 국면이 전환 될 수 있다. ‘3나노부터 GAA공정을 적용해 이미 여러 생산 사례가 나와있는 파운드리’와 ‘2나노에서 처음으로 GAA공정을 적용해 생산능력이 미지수인 파운드리’ 중에 팹리스들이 어떤 파운드리 업체를 고를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이 과연 먹혀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은 바로 엔비디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파운드리의 기술력에 굉장히 민감한 팹리스다.

엔비디아는 RTX30 시리즈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8나노로 만들었는데, RTX40 시리즈에서는 바로 TSMC의 4나노 공정에 생산을 맡겼다. RTX50 시리즈를 TSMC 3나노 공정으로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차세대 시리즈를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삼성전자로서는 GAA 기술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GPU는 컴퓨터의 모든 부품 가운데 가장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부품이다. 소위 ‘전성비’(전력 대 성능비)가 매우 중요한 부품이라는 뜻이다.

엔비디아가 새로 신제품을 만든다면, GAA기술을 통해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개선한 2나노 공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3나노부터 GAA공정을 적용해서 반도체를 생산해본 삼성전자가 2나노 GAA공정에서 TSMC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하게 된다면 그동안 RTX40 시리즈부터 TSMC의 고객이 됐던 엔비디아를 다시 삼성 파운드리의 품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결국 삼성전자는 확실하게 2나노를 TSMC를 넘어설 수 있는 승부처로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삼성전자의 원대한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영상에서는, GAA를 제외하고 삼성전자가 TSMC에게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TSMC의 약점은 무엇인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