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기자 eesoar@businesspost.co.kr2023-06-09 14: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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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 판매 직원들은 근로기준법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입점 협력사 직원들로 백화점이나 면세점 직원들이 아니어서 노동조합이 없는(무노조) 열악한 사업장일수록 판매 직원들의 법적인 권리 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 판매직원들의 근로기준법 등 법적인 권리 침해가 심각하다.
화장실이나 휴게실을 마음대로 못 쓰는 것은 기본이고 10명 중 8명은 인력 부족으로 끼니를 굶는다. 연차나 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고 아파도 쉴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이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회 토론회'에서 밝힌 실태 조사에 따르면 무노조 사업장에 있는 992명 경우 10명 중 3~4명은 퇴근 후나 휴일·휴가 기간 등 업무 시간 이외 소속 회사나 백화점 면세점 관리자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고 있다.
이날 국회 토론회는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와 민주노총,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김 소장이 진행한 실태 조사는 올해 2월 1~12일 기간 3456명의 판매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무노조 사업장 조사 표본 1180명 업태별 비중은 백화점 490명(51.8%), 면세점 455명(48.1%) 등이다.
법정 연차 휴가만 보더라도 무노조 사업장의 응답자 992명은 1년 미만 연차 11일, 1년 이상 15일이라는 근로기준법 60조가 규정한 법정 일수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무노조 사업장 판매 직원들 평균 근속 기간은 6년으로 연차 보유일은 13.3일이다. 사용일은 9.3일에 그친다.
무엇보다 인력 부족으로 점심 식사와 같은 끼니를 굶은 비율이 10명 중 8명가량으로 나타났다.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비율이 34.2~42.1%, 몸이 아파 결근하는 경우도 50% 남짓된다. 무급 병가라도 있으면 좋은데 유무급 가릴 것 없이 병가조차 없는 무노조 사업장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도 23.5% 정도를 차지했다.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직원용 화장실도 부족하고 노조 유무를 떠나 고객용 화장실을 자제하라고 권고 받은 경우가 40~60%정도다. 아예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 받은 경우도 30~40%, 사용했다가 불이익을 받은 경험은 20%다.
또 이들 무노조 사업장 경우 고평법, 근기법 등 법률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법 적용률을 보면 배우자 출산 휴가 58.8%, 불임·난임 51.3%,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29.4%, 태아 검진 시간 53%, 수유 시간 34.5%, 생리 휴가는 26.4% 정도다.
특이한 점은 2023년 1월 기준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고용 구조를 보면 정규직 76.5%, 무기계약직 2.3% 등으로 정규직 비중이 높다. 그렇지만 임금 수준은 2~5년 미만 직원이 251만 원, 2년 미만 225만 원가량으로 다른 산업군 정규직에 비하면 턱 없이 낮다. 간신히 최저 임금을 넘거나 그 수준이다.
이는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의 이중 노동 시장에 기인한다. 정규직이긴 하지만 원청 개념의 백화점과 면세점 소속이 아닌 이들의 협력사에 소속된 직원이기 때문이다.
김종진 소장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 992명은 급여 총액이 267.1만 원"이라며 "이 가운데 판매 실적에 따른 변동 수당이 30만 원가량이다. 코로나 팬데믹, 경기 불황 등으로 이 30만 원이 빠진다면 230만 원가량"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최저 임금 201만 원보다 20~30만 원 더 받는 수준"이라며 "2년 미만은 225만 원으로 딱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