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콘텐츠 부족에 '빈껍데기' 그치나, 디즈니 인수설 다시 힘받아

▲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부족으로 ‘빈 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는 외신 전망이 나왔다. 투자은행은 콘텐츠 강자 디즈니 인수라는 해법을 내놓아 시선을 끈다. 사진은 비전프로를 통해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애플 유튜브에서 갈무리한 화면. < Apple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공개한 혼합현실(MR)헤드셋 '비전프로'를 두고 주요 외신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드웨어와 전용 운영체제 비전OS의 완성도가 높아 기대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비전프로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부족해 자칫하면 플랫폼이 ‘빈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고개를 든다.

애플이 비전프로 대중화에 성공하기 위해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 인수를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애플 비전프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완성도가 높아 이용자에게 편안한 착용감과 깊은 몰입감을 끌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유명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비전프로 사전 체험을 진행한다. 애플 직원이 참관하는 가운데 30분 동안 비전프로의 주요 기능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포브스 기자는 “애플 비전프로는 경험했던 애플 신제품 가운데 가장 큰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했다”며 카메라가 사용자 눈의 움직임을 추적해 헤드셋 기능을 실행하는 ‘아이트래킹’ 등에 좋은 평가를 보냈다.

다만 포브스는 비전프로가 가지는 약점도 함께 짚었다. 특히 게임 등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면 쓰임새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포브스는 “맥북과 같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비전프로를 통해 업무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또한 비전프로를 살 돈을 투자하면 방을 영화관처럼 만들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비전프로 판매가격이 3499달러(약 457만 원)로 고가임에도 헤드셋에 특화된 기능이 마땅치 않아 가격 대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높은 제품 완성도로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헤드셋 전용 콘텐츠가 불확실해 비전프로 플랫폼 자체가 유명무실한 수준에 그치고 말 수 있다는 의미다.

포브스는 “비전프로가 무엇을 위한 제품인지 확실치 않다”며 “사용자가 비전프로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지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애플 비전프로 콘텐츠 부족에 '빈껍데기' 그치나, 디즈니 인수설 다시 힘받아

▲ 현지시각으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가 참여해서 비전프로를 통해 디즈니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는 모습. < Apple >

비전프로가 헤드셋에 특화한 콘텐츠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디즈니 인수와 같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투자은행의 의견도 나온다.

야후파이낸스는 8일 투자은행 니드햄(Needham)의 분석을 인용해 애플에 디즈니 인수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전했다.

니드햄의 분석가 로라 마틴은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음악이라는) 전용 콘텐츠가 없었다면 아무도 애플 아이팟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한다면 독점 콘텐츠 제작이 수월해 비전프로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디즈니 인수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애플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현금이 디즈니를 인수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고 두 기업의 사업영역이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특히 비전프로 발표 현장에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가 깜짝 등장하면서 애플의 디즈니 인수 시나리오에 더 힘을 실었다.

밥 아이거는 비전프로를 두고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에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디즈니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 제품”이라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몰입감을 체험케 하는 혁명적 플랫폼”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이거 CEO는 비전프로가 시장에 나오는 직후부터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수개월 동안 애플과 협력을 강화한 결과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전프로는 2024년 1분기 공식 출시가 예정됐는데 정식 판매 이전까지 다수의 전용 콘텐츠를 디즈니에서 선보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틴 분석가는 디즈니와 협력 강화가 아이폰 등 기존 애플 상품의 콘텐츠 매출 기반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서도 영상을 볼 수 있는 애플로서는 디즈니라는 콘텐츠 강자를 손에 넣는 일이 더욱 가치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디즈니는 최근 메타버스 전담 사업팀 대부분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현실 기술에 투자를 중단한 만큼 기존에 확보한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애플과 협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디즈니의 콘텐츠 잠재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자연스럽게 힘을 얻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