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가격이 5나노보다 거의 50% 높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삼성전자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형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TSMC의 3나노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이 5나노보다 거의 50% 높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3나노 공정으로 전환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수율(완성품 비율)을 안정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TSMC와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는데 가격경쟁력을 앞세운다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이 수월할 수도 있어 보인다.
8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더인포메이션네트워크에 따르면 TSMC는 2023년 3나노 공정 파운드리 가격을 웨이퍼 한 장당 1만9865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책정된 5나노 공정의 웨이퍼당 가격인 1만3400달러보다 약 50% 비싼 수준이고 7나노 공정(1만235달러)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이른다.
사실 그동안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화됨에 따라 각각의 반도체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웨이퍼 하나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는 늘어나기 때문에 단가가 떨어졌던 것이다.
칩 하나당 파운드리 가격이 2004년 90나노는 2433달러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65나노는 1428달러, 40나노는 713달러, 28나노는 453달러로 2년마다 집적도가 2배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에 맞춰 한동안 2년마다 반도체 가격이 절반 가깝게 떨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나노’가 실제 반도체 회로의 폭 단위가 아닌 ‘성능 수준’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이에 따라 현재 파운드리 산업은 공정이 진화해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구간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이제는 대당 가격이 3천억 원 수준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미세공정에 활용되고 수율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5나노부터는 공정단계가 올라갈수록 개별 칩 가격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TSMC와 낮은 가격으로 3나노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애플을 제외하면 엔비디아, AMD, 퀄컴, 미디어텍 등의 팹리스는 3나노 활용을 1년 이상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기기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예상보다 높아진 3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가격 부담에 기존 4~5나노 공정을 더 활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인 레베그너스는 “EUV로 인해 파운드리 가격이 하락하기는커녕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3나노 공정 파운드리 가격이 걱정된다.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가 고가의 TSMC 3나노 공정을 피해 RTX5090 시리즈에서 삼성전자 3나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려진 정보가 없다.
하지만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만큼 TSMC보다는 더 낮은 가격으로 대형 수주를 따내 시장점유율 확보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도 TSMC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RTX3000 파운드리를 수주할 수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RTX3000은 수율 문제가 있었지만 저렴하게 생산돼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수율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80% 수준으로 전해진 TSMC와 수율 관련 기술격차를 상당히 좁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다면 엔비디아, AMD 등으로부터 3나노 파운드리 수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팹리스 입장에서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두 군데 이상으로 유지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펼치는 편이 생산단가를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급망 안정성을 갖추는 일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하다”며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를 통해서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TSMC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도 TSMC와 같이 고가의 EUV 장비를 활용하는 등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익성을 어느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IT매체 하드웨어타임스는 “엔비디아는 너무 높은 TSMC의 3나노 가격으로 RTX5090 시리즈에 3나노 대신 4나노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 기존 TSMC 5나노 공정보다 집적도가 10~15% 높거나 효율적이라면 RTX5090이 삼성전자에서 제조되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