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사이 조선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방산 수주 경쟁에서부터 인력 확보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 HD현대 조선 경쟁 이제 진검승부, 방산 수주와 인력 확보 전방위 신경전

▲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사이 조선업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건조한 도산안창호함.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공식 출범하며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의 조선업 분야 대결은 방산 분야에서 가장 먼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소속이 된 한화오션과 HD현대그룹에서 방산 분야 특수선을 취급하는 HD현대중공업은 7~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2023)에서 수상함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방산 분야의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한다.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Batch)-III 호위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한국형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 (KDDX-S), 합동화력함 등 4종의 수상함을 전시한다. 수출형 잠수함 2종과 무인잠수정을 포함한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도 함께 공개한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구축함(KDDX), 무인전력지휘통제함, 한국형 항공모함, 수출용 원해경비함(OPV) 등을 선보인다. 

두 회사 모두 우리 해군이 도입하려는 수상함 수주와 함께 해외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이번 전시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방위사업청이 6월 말 발주 예정인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두 척의 수주전은 두 회사가 맞붙는 첫 번째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회사는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일감을 따내려는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전체 사업비는 8조 원에 육박한다.

한국형 차기구축함은 4200톤급 한국형 구축함(KDX-Ⅱ)보다 크지만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KDX-Ⅲ)보다 작아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선체부터 전투체계, 다기능 레이더를 비롯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내기술로 건조된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말까지 한국형 차기구축함의 기본설계를 마무리하고 상세설계를 거쳐 내년에는 선도함 건조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형 차기구축함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개념설계는 2013년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지만 기본설계 사업자로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됐다.

내년부터 한국형 차기구축함 6척의 본 건조가 시작되는 만큼 두 회사의 수주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사이 대결이 방산 분야에서 특히 더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 해양 방산시장이 상선 분야보다 경쟁 폭이 더 제한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수상함과 잠수함 등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두 회사를 제외하면 HJ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 정도밖에 없다. 규모나 기술력 측면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해양 방산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선 분야까지 포함한 조선업 전반에서는 HD현대 쪽이 우세하다는 시각이 많지만 방산 역량에서만큼은 한화오션이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특히 잠수함 쪽은 국내 시장 점유율 9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경쟁력을 지닌다.

게다가 지금은 한화그룹 울타리 안에 들어온 만큼 자금력을 보충한 것은 물론 한화그룹의 육상·공중 방산 역량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현황을 보면 한화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약 83조 원으로 재계 순위 7위다. 9위인 HD현대그룹(약 80조 원)을 약간 앞선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약 12조 원)을 품은 만큼 그룹 차원의 자산 격차는 좀 더 벌어지게 됐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HD현대로서도 한화오션의 출범이 긴장되는 요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오션이 최종적으로 한화그룹 품에 안기기까지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던 배경에도 이런 경쟁 심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국 경쟁당국이 한화오션과 한화그룹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진작에 기업결합 승인이 났음에도 정작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이 늦어지며 한화오션의 출범도 미뤄진 일이 있다. 한화그룹이 함정 부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차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주요 쟁점이었다.
 
한화 HD현대 조선 경쟁 이제 진검승부, 방산 수주와 인력 확보 전방위 신경전

▲ HD현대중공업의 차세대 함정 모형.

당시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 노동조합 측은 방산 분야 특수선 경쟁입찰에서 자신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며 공정위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공정위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났다. 

한화오션 쪽도 나름대로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구축함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취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이 과거 한화오션 측 개념설계자료를 몰래 촬영해 내부 서버에 조직적으로 은닉·관리해 왔음이 재판 결과로 드러났음에도 기본설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받지 않고 보안사고에 관한 감점을 받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점에 위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한화오션 측은 4월 이 문제에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두 회사 사이 긴장감이 역력해 보인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삼성중공업,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과 함께 HD현대의 부당 유인 행위 혐의를 살펴달라며 공정위에 제소한 상태다. 

다만 HD현대 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에서는 과장·대리급의 실무진 162명이 경쟁사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 인력 공백에 따른 업무 차질이 작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미묘한 신경전과는 별도로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기로 접어들며 인력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HD현대나 삼성중공업과 비교해 열악했던 사무직 임금 수준이나 직원들의 처우 등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는 지인 추천 인센티브를 도입한 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재직자가 추천한 입사 후보자가 최종 입사하면 추천한 재직자에게 보상금 100만 원을 주는 방식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