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환테크’ 고객 유치 경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외화예금을 내놓고 외환거래 서비스를 손질하고 있다. 원화약세가 장기화하며 환테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1년 동안 외환예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국민은행의 성장세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 은행권 '환테크' 고객 유치 경쟁이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1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두각을 보인 국민은행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최근 외환거래 고객 유치노력에 경쟁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날 아시아나항공과 제휴를 맺고 항공마일리지가 적립되는 달러적립예금인 ‘우아한 달러적립예금’을 내놨다. 수협은행은 2일 찾아가는 외환마케팅업무서비스를 지원하는 ‘외환마케팅 지원단’을 신설했고 농협은행은 공식 유튜브에 ‘외환이야기Y’ 서비스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범위를 5월로 넓히면 외환거래 유치에 나선 은행은 더욱 많아진다.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국민은행이다.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을 적극 유인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1일 모바일 외환거래서비스 ‘KB환율픽’ 거래체결시간을 오후 7시에서 10시까지로 늘리고 모바일 앱 인터페이스를 개선했다.
국민은행은 당시 “환테크 관심이 커지며 많은 개인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외환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거래 체결 시간을 연장하고 서비스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모바일 환율픽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5월 말에는 실시간 수익률과 해당 통장을 통해 얻은 환테크 수익을 바로 보여주는 ‘바로보는 외화통장’을 출시했다. 1일부터는 국민은행이 올해 초 내놓은 외환시장 정보제공과 거래 기능을 갖춘 플랫폼인 ‘KB Star FX’의 일일 거래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환율픽 시간 확대는 이전부터 비대면 환전 및 환율 예약 시간 확대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Star FX 일일거래한도 상향은 고객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 국민은행은 환테크 실시간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보는 외화통장'을 5월 말 내놨다. 7월31일까지 이 상품을 신규 가입한 뒤 1천 달러 이상 외화 입출금 거래를 한 고객 대상으로 추첨해 경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국민은행>
은행들이 외환이 부족해 외환유치에 나선 것은 아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쇄도하는 외화자금 수요를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은 양호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 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은 4월 기준 124.7%로 규제비율(80%)을 웃돌았다.
그보다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늘어난 환테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환테크 수요는 일반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거나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늘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외화예금 잔고도 늘어났다.
최근 원화 약세는 구조적이라 한동안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올해 들어서는 달러가 다른 선진국 통화에 대비 약세여도 원/달러 환율이 내리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일 “원/달러 환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최근 원화 약세 배경에는) 경기뿐 아니라 대중국 경쟁심화와 인구 고령화, 기업 및 가계 해외투자 수요 확대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구조적 요인이 겹치며 늘어난 환테크 고객들을 모시기 위해 은행들이 나선 셈이다. 일단 5대 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1분기 기준 외화예수금 규모는 하나은행이 가장 컸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외화예금을 가장 더 많이 유치한 것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의 1분기 외화예수금은 188억5천만 달러였는데 이는 1년 전(163억3800만 달러)보다 15.3% 늘어난 것이다. 증가액수(25억1200만 달러)는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외화예수금 규모가 줄어든 곳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은행은 외환유치경쟁에서 선방한 셈이다.
앞으로도 외화유치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사업 자체가 은행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3년 만에 처음으로 후퇴했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밖에 다른 수익원인 비이자이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민은행도 1분기에 외환사업 수수료로 재미를 봤던 만큼 외화유치경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1분기 외환수입 수수료 수익으로 451억1천만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31.1% 가량 늘어났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