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을 무색하게 하는 상승세를 구가하면서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관심도 달아올랐다.

특히 일본 증시에 상장된 종합상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앞세워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적극적인 매수 기조까지 더해져 시장참여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워렌 버핏도 사들이는 일본 증시, '버블 이후 최고점'에 올라타도 괜찮을까

▲ 최근 들어 일본증시가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일본 닛케이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 이미지. <로이터>


30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94.62포인트(0.30%) 높은 3만1328.16에 거래를 마쳤다. 33년 만에 일본 버블(거품) 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일본증시는 최근 의미 있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증시는 올해 초와 비교해 21.8% 가까이 오르면서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지수는 16.2%,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0% 올랐다. 

최근 일본증시의 급등세는 견조한 내수에 기반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관광업 재개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엔화 약세에 따른 주가 저평가 장점이 부각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5대 무역종합상사 지분을 추가로 늘리면서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버핏은 2020년 8월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 스미토모,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상사 지분을 각각 5% 이상 사들인 바 있는데 지난해에는 그 비중을 6%까지 높인 바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올해 지분율을 7.4%까지 올리겠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버핏은 이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5대 상사에 대해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3월 마루베니를 제외한 4개 종합상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쓴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더해졌고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상사기업 투자를 늘릴 정도로 '버핏 효과'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29일로부터 최근 한달 동안 국내투자자 순매수 규모에서 상위 10권 이내에 미쓰비시(3위), 이토추(6위), 마루베니(8위), 스미토모(9위) 등 상사기업이 포함됐다. 연초 미쓰비시(10위)가 홀로 10위 권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특히 일본 상사기업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 종합상사의 사업적 특징도 주목해볼 만 하다.

일본 종합상사는 수출 무역을 주도하기 위해 탄생했으나 이후 제조기업이 직접 유통에 뛰어들면서 신흥국 사업 확대, 에너지 개발, 비자원 부문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 

종합상사 기업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인 체력을 갖춘 데다 자원, 에너지, 식량, 의료영역 등 생활에 필수적인 품목들에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는 만큼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버핏 회장의 주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버핏 회장은 주가변동이 큰 성장주에 투자하기보다는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변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일본 종합상사는 사업구조를 다각화했고 그것이 안정적인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이익과 함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배당도 우상향하는 중이다"고 분석했다. 

이들 종목 뿐 아니라 닌텐도, 아식스 등 국내에서 유명한 일본기업에도 순매수가 이어지는 등 국내투자자의 일본증시에 대한 관심이 크다. 다만 일본증시가 최근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여력을 두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일본 기업 주가가 평소 저평가된 데다 최근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면서 주가 부담이 여전히 크진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이익 추정치 상향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며 "일본추종 ETF인 EWJ, DXJ ETF 역시 가격 상승세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보이며 한국에 상장된 일본 증시 관련 ETF 역시 관심 가져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엔저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일본 증시의 단기 급등은 전술적으로 비중 축소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올해 3분기 통화정책 변화와 GDP 성장률을 통한 경제 성장의 연속성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