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인도 등 여러 국가를 전기차 생산공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인도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두고 현지 정부와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에 주력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른 시일에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인도 현지언론 비즈니스스탠다드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고위 관계자가 뉴델리에 위치한 인도 총리실과 상무부를 방문해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논의를 진행했다.
테슬라의 인도 기가팩토리 설립과 관련한 계획이 아직 백지화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인도에 전기차 생산공장 신설을 검토하던 테슬라는 5월 중순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인도 정부와 온도차를 보이면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인도정부에 차량 수입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기차공장 건설 방안을 제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도 현지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면 아직 정부 측과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스탠다드는 “테슬라의 인도공장 설립 계획이 ‘유턴’해 돌아온 것은 새 공장 후보지를 찾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바라봤다.
테슬라는 이미 2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인도에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만큼 세부 사항을 두고 충분히 논의가 진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 인건비 상승 등으로 테슬라가 현재 주요 생산거점인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기 어려워지며 인도시장의 잠재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가 인도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는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에 드는 비용이 일반적으로 1억 달러(1320억 원) 미만이고 충분한 공급망도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투자 유치에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테슬라가 결국 다음 기가팩토리 후보지로로 인도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다만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한국이 인도 정부의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기차공장 유치에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한국은 거대한 내수시장 수요와 전기차 전환 가속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에 유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현지시각으로 4월26일 미국 워싱턴D.C. 블레어하우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직접 만나 한국에 공장 설립을 요청하며 적극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인도의 럭셔리카 시장 규모가 매우 작아 테슬라 차량이 수요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인도 기가팩토리 설립에 단점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약속한다면 투자 유치 기회가 남아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전 세계에 최소 5곳의 기가팩토리를 증설해야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인도 정부와 활발히 논의되는 전기차공장 설립 계획이 실제로 추진되더라도 한국이 다음 후보지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테슬라가 인도와 한국 이외에도 여러 국가를 후보지로 동시에 검토하고 있어 한국에 우선순위가 돌아올 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인도네시아 역시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 유치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인센티브와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며 일론 머스크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등 천연광물 매장량이 인도네시아에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영국을 다음 기가팩토리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 역시 그가 언급한 후보지에 포함된다.
결국 한국 정부가 테슬라 전기차공장 투자 유치에 뛰어든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수준의 강력한 유인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자연히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이른 시일에 중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과 회동을 진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국에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이어 추가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