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토바이시장은 자동차시장의 축소판이다. 국내 완성차기업들이 수입차 공세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듯이 오토바이시장에서도 외국산 공세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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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
국내 토종 브랜드 KR모터스는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KR모터스의 지난 해 시장점유율은 28%로 대림자동차공업(5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나머지 15%를 수입산 오토바이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과 대만산 중저가 제품을 고려할 경우 두 토종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대폭 줄어든다. 게다가 국내 오토바이시장은 그 규모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
수입산 공세와 시장침체가 겹치면서 내수비중이 높은 KR모터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KR모터스는 지난 해 매출 966억 원에 당기순손실 66억 원을 냈다. 2012년 82억 원의 손실에 연이은 적자다. KR모터스의 내수와 수출 비중은 6대 4 정도다.
KR모터스는 지난 1분기에도 매출 164억 원에 영업손실 38억 원을 냈다. 그런데 1분기 적자는 앞선 적자와는 성격이 달랐다.
KR모터스는 “1분기 재고자산을 재평가하고 구형모델의 금형을 감액처분하는 등 부실을 털어내 손실이 커졌다”며 “노후 생산설비를 신기종으로 바꾸고 업그레이드하기에 앞서 보수적 관점에서 감액처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커졌다”고 밝혔다.
라오스에서 한국인이 설립한 기업인 코라오홀딩스가 지난 2월 KR모터스를 인수하면서부터 KR모터스의 체질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KR모터스는 입지가 좁아진 내수시장 대신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KR모터스는 지난 4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국내시장보다 현지화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R모터스의 환골탈태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은 ‘라오스의 정주영’인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이다.
오 회장은 1997년 라오스에서 코라오디벨로핑을 창업했다. 누나에게 빌린 돈으로 한국 중고차 5대를 들여와 시작했던 중고차 유통업은 대박을 쳤다.
오 회장은 이 성공을 기반으로 오토바이 조립, 자동차 제작, 전자제품 유통, 그리고 금융부문까지 손을 뻗쳤다. 2000년부터 현대기아차 판매 딜러로 선정돼 라오스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코라오그룹은 현재 라오스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이다.
코라오홀딩스는 2010년 한국인이 외국에서 세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됐다. 오 회장은 당시 “코라오에 투자하는 것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라오그룹은 라오스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향후 인도차이나반도 10대 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KR모터스의 성공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오 회장은 올해 초 KR모터스를 인수하면서 “코라오홀딩스는 글로벌시장 유통 및 마케팅 전략과 노하우를, KR모터스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는데 5년 내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비전을 세웠다”고 밝혔다.
코라오홀딩스는 이전에도 소형 오토바이를 조립해 왔다. 250cc급에서 700cc급까지 고배기량 엔진 기술을 보유한 KR모터스를 인수하면서 고급모델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오 회장은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 등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현지 수요가 높은 소형 오토바이와 전기 오토바이를 집중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반조립 공장을 캄보디아로 옮기고 캄보디아에 중저가 모델 생산공장도 건립한다.
인도차이나반도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성장세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KR모터스는 수출중심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회장은 “세계 오토바이 시장이 90조 원인데 대만 오토바이회사는 매출이 1조5천억 원 가량”이라며 “가격 경쟁력과 한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갖고 있는 우리가 못해낼 게 없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S&T모터스에서 KR(한국)모터스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코라오라는 날개를 단 KR모터스에 대한 전망은 장기적으로 밝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그동안 부실요인 등을 비용에 반영했고 뚜렷한 매출 상승 요인도 없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면서도 “코라오그룹에 피인수되면서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를 본격화 할 수 있는 성장초석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