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장이 1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 이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호찌민=비즈니스포스트] “정말로 베트남 시장에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17일 베트남 호찌민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 본사에서 만난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장에게 외국계 증권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베트남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1~3위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 3곳은 모두 베트남 회사다.
미래에셋증권의 베트남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6.31%였다. 베트남 증권사인 VP증권(VPS)이 14.8%의 점유율을 보였고 2위와 3위는 사이공증권(SSI) 10%, VN다이렉트증권(VNDS) 7.5%였다.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 주식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하려면 현지 증권사를 뛰어넘어야 하는 셈인데 아무래도 외국계 증권사다 보니 베트남 증권사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
당장 베트남 주식시장은 개인 고객이 비중 90% 정도로 많은데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베트남 증권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금융시장에서 은행이 중심이고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업무 영역도 제한돼 있다 보니 대부분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강 법인장은 “베트남 고객 입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언젠가 떠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대상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증권사지만 현지화해서 현지 증권사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다른 외국계 증권사 지점이 없는 중소도시에까지 오프라인 지점을 내는 것도 이런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
베트남에 진출한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가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에만 지점을 내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하이퐁, 다낭, 껀터, 붕따우 등 100만 명 이상 주요 도시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강 법인장은 “먼저 당연히 중소도시에도 시장 가능성이 있으니 지점을 내는 것인데 이뿐 아니라 ‘지점을 이렇게 많이 세웠는데 철수하겠느냐’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은 지점을 확대한 것 외에도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옥외 광고는 물론 베트남에서 페이스북 이용자가 많은 것을 고려한 SNS 마케팅 등 홍보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모바일로 기관 고객에게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거나 주말마다 각 주요 도시를 돌면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여는 것도 고객과 접점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강 법인장은 지난주에는 하노이에서 열리는 고객 세미나에 다녀왔고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각각 다낭과 하이퐁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은 디지털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 직원 수가 많지 않은 등 약점을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강 법인장은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는 한국에서 왔는데도 왜 이렇게 IT가 안 좋냐는 말도 들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은 미래에셋증권이 선도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웹트레이딩시스템(W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으며 다음 단계로 고객 기본정보과 거래정보가 처리되는 원장을 내재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장을 내재화하면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 시장과 고객 변화에 이전보다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강 법인장은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과 대부분 역사를 공유하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에서 이룬 성과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넘쳤다.
2007년 설립된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1호 증권사’이면서 외국계 증권사 기준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1위’ 타이틀을 확보하고 있다.
강 법인장은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 16년 역사 가운데 무려 11년을 함께했다. 2007년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이 세워질 때 3년 일한 적이 있고 이후 브라질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6년 베트남에 다시 돌아와 두 번째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