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5-19 11: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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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실검 부활' 논란에도 '투데이버블' 서비스를 밀어붙인다.
최근 포털 ‘다음(DAUM)’을 사내독립기업으로 분리한 것과 맞물려 다음의 영향력을 높이고 광고매출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정부와 여당의 '실검 부활' 우려에도 카카오는 다음 포털에 '투데이버블' 서비스를 예정대로 출시한다.
19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달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투데이버블의 정식 서비스 출시는 예정대로 준비되고 있다.
투데이버블은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제를 다음 포털의 검색 결과화면에서 키워드로 보여주는 서비스로 5월10일부터 시범 적용됐다.
카카오는 투데이버블이 다음 검색뿐만 아니라 제휴된 뉴스 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등 여러 웹페이지 정보를 종합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키워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네이버도 작년 9월부터 '트렌드토픽'이란 서비스를 ‘추천·구독' 탭에서 시범 운영해왔다.
트렌드토픽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구독정보와 카페·블로그·포스트·동영상 등의 이용내역을 바탕으로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는 서비스다. 이용자 개인활동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과 네이버 전체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제시하는 '트렌드추천'으로 구분된다.
네이버는 트렌드토픽을 올해 7월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정치권, 특히 정부와 여당에서는 카카오의 투데이버블, 네이버의 트렌드토픽이 '실시간 검색어'의 부활이라고 평가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시간 검색어는 네이버와 다음이 운영하던 서비스였지만 여론을 조작한다는 논란이 일자 다음은 2020년 2월, 네이버는 2021년 2월 각각 실시간 검색 서비스를 종료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배포자료를 내고 "최근 네이버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 도입계획에 따른 우려와 비판도 주시하며 뉴스포털과 관련한 주요 논란을 신문법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날 배포자료를 통해 "영향력과 파급력의 엄청난 덩치에 비해 저널리즘적 책임감은 부족하다는 여론의 부정적 시선과 국민적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거대 뉴스포털의 리더십들이 이런 논란에 대해 자체 대책과 개선 노력을 더욱 강화해줄 것을 우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14일 페이스북에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로 보인다"며 "포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작과 선동의 놀이터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적었다.
결국 네이버는 트렌드토픽의 정식서비스 출시의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투데이버블이 실시간 검색과는 분명히 다른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정대로 출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분명한 반대 목소리에 꼬리를 내린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부진한 실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광고시장 둔화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광고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네이버의 광고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소폭 올랐는데 네이버는 이를 두고 검색광고의 성장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는 올해 1분기에 다음 사업이 포함된 포털비즈 매출이 1년 전보다 24.6%가량 감소했다.
국내 검색시장에서의 다음 영향력 하락도 눈에 띈다.
NHN데이터가 분석한 지난해 국내 검색엔진 유입 비중 결과를 보면 다음의 점유율은 2017년 10%에서 지난해 말 5%로 반토막이 났다. 네이버 역시 10% 이상 감소했지만 여전히 63%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보다 투데이버블로 다음 포털의 트래픽 증가를 유도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광고매출 상승과도 이어진다.
카카오의 광고상품은 클릭 횟수로 가격이 결정되는 성과형광고(Cost per click)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검색어 추천을 통해 이용자들이 다음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수록 광고매출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구조인 셈이다.
카카오는 최근 다음을 사업조직에서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설립하고 황유지 다음사업부문장을 대표로 앉혔다. 카카오는 신속하고 독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네이버와 경쟁에서 밀린 다음을 분리한 뒤 매각을 시도할 것이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투데이 버블의 정식 출시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용자들의 이용 현황과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의견들을 종합해 정식 서비스에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