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중동 사업 행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CJ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을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중동 지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해외사업 비중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는데 중동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CJ그룹 계열사들 가운데 CJ대한통운이 사우디아라비아 초국경택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물류기업 비즈로지스틱스와 협약을 맺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를 건립하고 있다. 완공시기는 2024년으로 이곳은 고객사인 건강기능식품 온라인몰 ‘아이허브’의 제품을 인근 국가에 신속하게 배송하는 기지가 될 예정이다.
사우디 진출은 단순히 초국경택배 사업범위를 중동으로 넓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초국경택배(CBE) 확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초국경택배 사업은 글로벌 이커머스의 물류기지를 대륙 곳곳에 구축해 상품 배송기간을 단축시키는 서비스다. 지난해 말부터 CJ대한통운이 전략적으로 힘을 주는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CJ대한통운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7개국에서 초국경택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은 2200억 원이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국내총생산에서 운송 및 물류산업의 비중을 10% 이상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존재감이 옅었던 중동 사업의 성장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CJ대한통운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중동지역 물류 본부를 두고 이라크, 쿠웨이트 등의 3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CJ대한통운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사업법인인 CJ ICM(2017년 인수)은 올해 1분기 매출 147억 원, 순손실 29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말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동은 아프리카·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허브이다”며 “또한 중동 내 최대물류 국가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물류 인프라 구축 경쟁이 중동 물류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CJ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들 역시 중동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할랄푸드의 중동 수출을 위한 생산역량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확보하는 중이다. 이는 생산기지 인접국가로 제품을 수출하는 이른바 ‘C2C(Country to Country)’ 전략의 일환이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뒤로 계속해서 할랄 품목군을 넓히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중동 진출은 2015년 현지 대형마트 룰루 하이퍼마켓 입점으로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월드컵 기간 제품 홍보활동을 위한 팬존을 설치하고 현지 유통채널과 프로모션 행사를 실시하는 등 현지 홍보활동을 통해 중동과 끈을 놓지 않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올해 초 중동 뷰티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선두자리를 굳힌 국내 헬스앤뷰티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행보로 읽힌다.
CJ올리브영은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자체 브랜드(PB) 웨이크메이크, 브링그린 등을 진출시키며 중동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CJ올리브영은 아랍에미리트를 교두보 삼아 주변 국가로 자체브랜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CJ그룹 계열사들의 중동 사업은 콘텐츠 교류를 통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CJENM은 지난해 6월 사우디 문화부와 협약을 맺고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의 콘텐츠 사업 교류와 협력을 이미 시작했다. 협약에 따라 같은 해 10월 사우디에서 열린 K콘이 열렸다. 6년만에 중동에서 열린 두 번째 K콘이었다.
현장에서는 2만 여 명의 K팝 팬들이 운집해 K드라마, K영화, K웹툰, K패션 등 K컬처 체험부스를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무역협회는 “K콘텐츠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중동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힙입어 국내기업의 중동 신규 진출 및 사업 여건이 우호적이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계열사 차원에서 중동 사업 기회를 포착해 개별적으로 나서는 수준이지만 CJ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동을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CJ그룹(지주사 CJ 연결기준)의 전체 매출 40조9249억 원 가운데 해외매출은 16조9298억 원이었다. 해외매출의 비중은 아직 42%대로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문 CJ그룹 오너일가가 최근 중동과 관련해서는 직접 나서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당시 차담회에 참석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 사우디 문화부와 문화교류 업무협약 체결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CJ그룹에게 있어 중동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이재현 회장은 2006년을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글로벌 컨퍼런스를 열었다. 당시 이 회장과 40여 명의 CJ그룹 경영진은 3박4일 간 체류하면서 그룹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심도있는 토론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해외사업 지역에서는 미국의 중요도가 높지만 중동 역시 발전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지역이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